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강타자 매니 마차도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날만 세번째 볼넷으로 자신의 한 경기 가장 많은 볼넷을 내줬다.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서 활약할 때부터 “볼넷을 내주느니 차라리 홈런을 맞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류현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지긋지긋한 ‘아홉수’에 시달리며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10승에 5번째 도전하는 그로서는 볼넷을 내주는 것보다는 승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경기였다.
류현진은 5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전에서 6이닝 3안타 3볼넷 5삼진 무실점 투구로 5-1 승리를 이끌었고, 자신은 4전 5기 끝에 시즌 10승과 통산 50승을 동시에 달성했다. 삼진은 5개를 잡았지만 볼넷을 3개나 내줘 류현진의 삼진/볼넷 비율은 13.43에서 9.99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경기 뒤 “지난 경기(콜로라도 원정경기 4이닝 3홈런 7실점 패전투수)에서 안 좋았던 기억 때문에 초반부터 집중해서 강하게 던졌는데 그게 주효했다”며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더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10승까지 오는 데 많은 날짜가 흐른 것 같다”며 “지난 경기 말고는 그동안 내 피칭이 좋았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류현진은 전반기 활약에 대한 점수를 100점 만점에 몇 점으로 주겠냐고 묻자 웃으며 “99점”이라고 답했다. 그는 “(100점에서) 모자라는 1점은 지난 경기에 너무 못 던져서 부족한 점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팬들의 성원에 대해 “(미국과 시차 때문에) 경기 시각도 다른데 많이 시청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후반기에도 전반기처럼 몸 관리를 잘해서 시즌 끝까지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늘 류현진의 투구 때 타석에서 빗맞은 것이 출루가 되기도 하고 (샌디에이고의) 일부 타자들은 투수의 공에 매우 침착하게 대응해서 (볼넷을) 골라내기도 했다”며 “그래서 힘든 상황을 맞기도 했지만 (류현진은) 솔직히 그런 상황을 6회까지 완벽하게 통제했다”라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은 “매우 대단한 공으로 대단한 밤을 만들어냈다”며 류현진의 시즌 10승과 통산 50승 달성을 축하했다. 로버츠 감독은 자신의 인터뷰가 끝난 뒤 류현진의 인터뷰 차례가 되자 “여기 (류)현진이 돌아왔다”며 회견장에 들어오도록 직접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