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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결과

볼트 정전사고…숨죽이던 관중들 “이럴수가”

등록 2011-08-28 23:03수정 2011-08-29 09:52

남 100m 결선 부정 출발
허탈하게 머리 감싸쥐어
황당한 탈락에 팬들 경악
메이저 대회 3연패 좌절
‘헉! 이게 뭐야!’

대구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4만여 관중은 믿을 수 없는 장면에 눈을 껌뻑거렸다. ‘이럴 리가 없어!’라는 기대가 소용돌이쳤지만, 유니폼으로 얼굴을 뒤집어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모습에 희망은 사라졌다. 볼트 없는 100m 경주는 ‘앙꼬 없는 찐빵’ 아니던가. 그러나 볼트에게 마지막 100m는 허락되지 않았다.

세계기록(9초58) 보유자인 ‘총알 탄 사나이’ 볼트가 2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뛰어보지도 못하고 충격의 실격을 당했다.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솟구친 볼트한테는 다 잡은 듯했던 우승이 ‘대구의 악몽’이 됐다.

이날 준결승에서 10초05로 여유있게 결선에 진출한 볼트는 5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자신을 소개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흘러나오자 손가락으로 3번 레인과 5번 레인 선수를 번갈아 가리키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고, 중계 카메라를 보며 턱과 머리를 어루만졌다.

하지만 자신만만함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힘찬 기합과 함께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총성 전에 스타팅 블록을 박차고 나가면서 실격. 4만여 관중은 일제히 탄식을 쏟아냈고, 볼트는 웃통을 벗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어 경기장 벽을 양손으로 내리치고 통로의 가림막에 머리를 기대는 등 심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잠시 후 전광판에 자신의 실격이 발표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저게 누구야?”(Who is it?)라고 외치는 장면이 고스란히 중계 화면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에이피>(AP) 통신 인터뷰에서는 “눈물이 나오냐고요? 난 괜찮아요”라고 말해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드러냈다.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간 볼트는 악몽을 잊으려는 듯 선수촌으로 가지 않고 대구 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 남아 한밤중까지 훈련을 계속했다.

볼트의 출발 반응속도는 -0.104. 육상 트랙 종목은 총성이 울린 뒤 0.1초 전에 출발하면 부정출발이다. 총성이 청각을 통해 인식되고 몸의 근육을 움직여 출발하기까지 0.1초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지난해 1월1일부터 이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볼트는 이번 대회에 타이슨 게이(29·미국)와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 등 경쟁자들이 불참하면서 우승이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충격의 부정출발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에 이은 메이저대회 3회 연속 우승과 세계선수권 2연속 3관왕이 좌절됐다.

볼트의 실격으로 급격히 ‘관심 밖’ 경기가 되어버린 100m 왕좌는 팀 동료 요한 블레이크(23) 차지였다. 그는 9초92의 시즌 개인 최고기록으로 세계선수권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9초92는 역대 5번째로 저조한 성적이다. 특히 2위 월터 딕스(미국·10초08)와 3위 킴 콜린스(세인트키츠네비스·10초09)는 모두 10초대로 시상대에 올랐다. 백인 최초로 10초대 벽을 허물며 9초92의 개인 최고기록을 보유한 크리스토프 르메트르(프랑스)는 10초19(4위)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백인이 메이저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영국의 앨런 웰스 이후 31년 만이다.


볼트의 우승을 저지할 복병으로 꼽힌 리처드 톰슨(26·트리니다드토바고)과 약물파동 공백을 딛고 출전한 2005년 대회 우승자 저스틴 게이틀린(29·미국)은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대구/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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