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할 일 없다” 사퇴…명장 반열에
29일 남아공월드컵 8강 진출을 놓고 일본-파라과이가 격돌한 경기장 스탠드에는 오카다 다케시(54) 일본 감독의 캐리커처를 그려넣은 깃발이 나부꼈다. 일본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30일 “오카다 감독 사과합니다”, “지금까지 미안했어요” 등의 글이 넘쳐났다. 한때 그를 ‘헤매는 장수’라고 깎아내렸던 일본의 축구팬들이 지금은 그를 ‘명장’이라고 부른다.
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이끈 ‘오카짱’에 대해 본선 경기 전만 해도 일본 축구팬의 평가는 형편없었다. 5차례 평가전에서 겨우 1득점에 그치면서 1승도 거두지 못한 탓이다. 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90%가 감독 교체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일본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겠다”고 장담하자, 한 축구평론가는 “차라리 깨끗하게 3전 전패를 하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남아공의 일본팀은 평가전때와는 크게 달랐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대표팀이 파라과이전에서 자신들의 에너지를 ‘완전연소’했다며, 특히 오카다 감독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아사히신문>은 “오카다 감독은 실점을 막으면서도 공세를 취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냈고, 팀은 이를 끝까지 관철시켰다”며 “일본 팀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나마쓰 다쓰오 호세이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국가대표팀끼리 겨룰 때는 내셔널리즘이 생겨나 팬들은 결과에 큰 기대를 품게 된다. 그때 팀이 잘 해나가면 칭찬하지만 조금 실패하면 평가가 180도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오카다 감독도 “(팬들의 평가는) 또 변한다. 일희일비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그는 “아마 더는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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