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한겨레> 자료사진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세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베트남은 15일 밤 9시30분(한국시각)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말레이시아와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동남아시아 국가 대항전) 결승 2차전을 벌인다.
스즈키컵 우승은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에 부임할 당시 베트남축구협회가 주문했던 지상 과제다. 베트남은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2008년 딱 한번 정상에 올랐다. 타이가 5번, 싱가포르가 4번 우승한 것에 견주면 성에 차지 않는다.
지난 11일 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결승 1차전에서는 베트남이 먼저 2골을 넣고도 아쉽게 2-2로 비겼다. 조별리그에서 2-0으로 이겼던 베트남으로선 아쉬운 결과다. 말레이시아는 무려 8만명에 이르는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덕이 컸다. 베트남도 4천여명이 원정 응원을 펼쳤지만 말레이시아 관중들의 함성이 훨씬 더 컸다.
그러나 15일 결승 2차전은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다. 베트남은 불과 일주일 전 이곳에서 필리핀과 준결승을 치러 2-1로 이긴 익숙한 장소다. 더욱이 결승 2차전은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안방에서 치르기 때문에 베트남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베트남이 우승한다면 2008년 대회 이후 10년 만에 동남아 최대의 축구 잔치인 스즈키컵 정상을 탈환한다.
또 결승 2차전에서 이기거나 비기면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16경기 무패 신기록도 작성한다. 베트남은 최근 A매치 15경기 연속 무패(7승8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가 지난달 17일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 리그에서 네덜란드에 0-2로 지면서 A매치 무패 행진을 15경기에서 중단했기 때문에 베트남이 이번 결승 2차전을 통해 세계 축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이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우승할 경우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베트남 축구 사상 역대 최고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은 11월 피파 랭킹에서 10월보다 두 계단 상승한 100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17위다. 베트남이 피파 랭킹 100위 안에 든 것은 2011년 6월 이후 무려 7년5개월 만이다.
베트남의 역대 최고 피파 랭킹은 1998년과 2003년 기록한 98위인데, 베트남이 스즈키컵에서 우승할 경우 역대 최고 랭킹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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