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현지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대한민국의 손흥민이 우루과이의 카세레스의 거친 태클에 넘어진 뒤 축구화를 신고 있다. 손흥민의 오른쪽 양말이 찢겨져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열한 명이 팀으로 맞섰다. 고집과 뚝심 사이에서 일관되게 밀어붙인 축구 철학은 4년간 신뢰로 담금질 돼 귀중한 승점 1점으로 돌아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24일(현지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겼다. 비록 득점을 내진 못 했으나 ‘언더도그’라는 세간의 시선을 뒤집어낸 값진 분투였다. 경기 전 축구 통계매체 <옵타>가 추산한 우루과이의 승리 확률은 56.2%, 한국은 18.9%였다.
그간의 악재를 뚫고 최정예 전력을 짜낸 한국이었다. 20일 전 안면골절로 수술을 받은 손흥민은 기적 같은 회복력으로 이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 월드컵을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던 김민재(나폴리)와 김진수(전북)를 비롯해 6명의 선수가 첫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황희찬의 대체자로는 나상호(서울)가 낙점받았다.
벤투 감독은 ‘잘하던 축구’를 들고 나왔다. 후방에서부터 공격 작업을 조립했고 수비시에는 전방-측면-중원 가릴 것 없이 높은 활동량을 가져가며 상대를 압박했다. 이날 한국은 전반전 동안 우루과이와 비등한 점유율(45-42) 속에 패스 숫자(239-224)에서 근소 우위를 점했다. 정우영(알 사드)과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사이 수비-패스 분업도 눈에 띄었다.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각) 오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슈팅하고 있다. 알라이얀/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상대 수비 뒷 마당이 열리면 과감한 전진 롱패스를 아끼지 않았다. 전반 우루과이 수비 둘을 제치며 때려낸 손흥민의 오른발 감아차기 중거리포를 비롯해 김진수, 나상호 등이 공간을 파며 우루과이의 배후를 공략했다. 전반 33분께 김문환(전북)이 오른쪽에서 절묘하게 찌른 컷백을 황의조(올림피아코스)가 골대 위로 띄운 장면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백중세 균형이 팽팽하던 후반 양 팀은 차례로 승부수를 띄웠다. 우루과이는 루이스 수아레스에서 에디손 카바니로 최전방을 갈아 끼웠고 한국은 이강인(마요르카), 조규성(전북), 손준호(산둥 타이산)를 투입했다. 새롭게 투입된 영건들은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페데리코 발베르데 등이 막판 위협적인 순간을 몇 차례 연출했으나 한국의 골문을 열진 못했다.
이로써 벤투호는 대망의 두번째 ‘원정 16강’을 향해 당찬 첫걸음을 내딛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사력을 다해 뛴 한국 선수들은 모두 주저 앉았다. 4만1663명이 찾은 경기장에는 시종 “대한민국” 함성이 크게 울려 퍼졌다. 벤투호는 한국 시각으로 오는 28일 가나와 2차전에서 16강 도전을 이어간다.
알라이얀/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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