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 AP 연합뉴스
‘아차!’ 하면 늦는다. 사령탑의 판단 실수는 승패를 좌우한다.
사상 첫 아랍지역 대회이며 유럽 축구 시즌 중에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의 초반 조별리그에서 감독들의 명암도 수시로 바뀌고 있다. 하루아침에 영웅 반열에서 탈락하거나,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사령탑도 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은 27일(현지시각) 월드컵 E조 코스타리카전 패배(0-1)로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독일전 승리 뒤의 팀 분위기와 판이하다”고 전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날 코스타리카전에서 핵심 전력을 벤치에 앉혔고, 독일전 선발진과 달리 5명을 바꿨다. 하지만 팀 패배로 16강 진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모리야스 감독은 “(16강 진출) 확률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전술”이라고 말했지만 비난에 직면했다. <로이터> 통신은 “모리야스 감독이 독일전 때는 승리의 전술가였지만, 코스타리카전 패배로 바보가 됐다”고 혹평했다. 물론 일본은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코스타리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특급 골잡이가 없는 상황에서 풍부한 미드필더 자원은 오히려 감독의 전술 운용에 변수를 더하고 있다.
한지 플리크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일본과의 첫 경기 패배로 명장의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 플리크 감독은 일본과의 1차전 후반 19살로 경쾌하게 움직이던 저말 무시알라(바이에른 뮌헨) 등을 뺐고, 반대로 일본이 주요 선수를 대거 투입하면서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한지 플리크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 AFP 연합뉴스
플리크 감독은 27일 스페인과의 벼랑 끝 2차전에서도 전반 조직적인 독일의 플레이를 살려내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선수 교체를 통해 기사회생했다. 월드컵 직전 발탁한 니클라스 퓔크루크(베르더 브레멘)가 후반 38분 동점골(1-1)을 터트렸고, 풀타임을 소화한 무시알라는 골로 연결된 패스를 생산했다.
에르베 르나르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은 C조 첫 경기에서 아르헨타나를 격파(2-1)하면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르나르 감독은 당시 극단적인 오프사이드 함정으로 아르헨티나의 공격 예봉을 모두 무위로 돌렸다. 하지만 26일 2차전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돌풍은 이어지지 않았고, 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기회를 놓치면서 완패(0-2)했다. 르나르 감독이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했듯이 승패에는 감독의 전술이나 경기력 외의 변수도 작용한다.
에르베 르나르 사우디아라비아 축구대표팀 감독. EPA 연합뉴스
팀에 게임 체인저가 있다면 감독은 훨씬 여유 있게 팀을 운영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C조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2-0)에서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의 중거리포 ‘한 방’으로 경기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체스와프 미흐니에비치 폴란드 감독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가 있어 든든하다.
반면 디에고 알론소 우루과이 감독이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벨기에 감독은 각각 루이스 수아레스(나시오날)나 에덴 아자르(레알 마드리드) 등 스타 선수들의 입지를 우선 반영해 내보낼 수밖에 없어 전술적 제한을 받기도 한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승패를 가르는 팀의 전술은 감독의 몫이다. 감독은 경기 흐름을 빠르게 읽어내고 대처해야 한다. 경기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지면 결국 감독이 책임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