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부카요 사카(오른쪽)가 4일(현지시각)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세네갈을 상대로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알코르/신화통신 연합뉴스
잉글랜드 14억9900만유로(2조481억원). 프랑스 13억3700만유로(1조8260억원).
카타르월드컵 개막 전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발표한 각국 축구대표팀
선수단 가치 총액 순위에서 잉글랜드는 1위, 프랑스는 3위를 차지했다(2위는 브라질). 2022년 현재 세계 최고의 팀들이라는 보증이다. 본선 뚜껑을 열어보니 이 줄 세우기가 정확했다. 토너먼트부터 본격 실력 발휘를 시작한 강팀들 사이로 잉글랜드·프랑스, 둘의 독보적인 질주가 눈에 띈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4일(현지시각) 도하 앗수마마에서 폴란드를 3-1로 꺾고
8강에 합류했다. 조별리그 포함 네 경기 9골(4실점). 스포트라이트를 온통 독차지한 것은 이 중 다섯 골을 넣은 새로운 ‘축구 황제’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지만 다른 선수들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첫손에 꼽을 선수는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이다. 미드필더에 전력 누수가 심한 조국을 위해 본래 포지션보다 더 낮은 위치에서 뛰고 있는 그리즈만은 중원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플레이하고 있다.
프랑스 선수들이 4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폴란드를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그리즈만은 지난 네 경기 동안 15개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는데 이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13개)를 넘어
대회 최고 기록이다. 수비면 수비, 볼 배급이면 배급 빠지는 게 없다. 폴란드전에서도 11.26㎞를 뛰며 양 팀 선수 중 최다 활동량을 가져갔다. 4년 전 러시아월드컵에서 실버슈(최우수선수 2위)를 받고 같은 해 발롱도르 포디움 3위에 들었던 그리즈만이 그간의 부침을 딛고 ‘레 블뢰’의 핵심 엔진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티에리 앙리를 넘어 프랑스 국가대표 최다 골 기록을 갈아치운 ‘대기만성의 아이콘’ 올리비에 지루(AC 밀란), 한때 터무니없는 이적료(약 2000억원)와 잦은 부상으로 ‘먹튀’ 소리를 들었으나 이제는 음바페의 오른쪽 짝으로 만개한 윙어 우스만 뎀벨레(바르셀로나)까지, 지금 프랑스에는 ‘애국자’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을 두 대회 연속 하나의 목표로 묶어낸 디디에 데샹 감독의 리더십도 평가받을 만하다.
프랑스의 그리즈만(왼쪽). 도하/AFP 연합뉴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잉글랜드의 고공비행은 조금 더 인상적이다. 같은 날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에서 세네갈을 3-0으로 완파한 잉글랜드의 이번 대회 골 득실은 무려 10점(12득점2실점). 이번 대회 1위이고 잉글랜드가 국제 메이저대회(월드컵·유럽선수권)에서 기록한
최다 득점이다. 네 경기 중 세 경기가 무실점이고 각각 세 골씩 넣은 마커스 래시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부카요 사카(아스널)를 비롯해 8명의 선수가 골 맛을 봤다.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모든 게 순조롭다.
전 포지션에 재능이 넘쳐나는 잉글랜드지만 이번 월드컵 최고 수혜자는 주드 벨리엄(도르트문트)이다. 이란전에서 팀의 대회 첫 골이자
A매치 데뷔골을 신고한 벨링엄은 16강전에서도 <비비시>(BBC) 등 매체에서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벨링엄은 19살, 그를 “세계 최고 미드필더가 될 것”이라 칭찬한 필 포든(맨체스터 시티)은 22살, 사카는 21살이다. 젊은 재능들의 대활약 속에 득점왕 2연패를 노리는 주장 해리 케인(토트넘)이 조연처럼 보일 정도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강한 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잉글랜드의 주드 벨링엄. 알코르/로이터 연합뉴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 알코르/EPA 연합뉴스
결점이 보이지 않는 두 팀은 한국시각으로 오는 11일 새벽 4시 8강 맞대결을 벌인다. 경기력으로 보나 이름값으로 보나 카타르월드컵의 ‘미리 보는 결승전’이다. 프랑스는 이탈리아(1934·1938)와 브라질(1958·1962) 이후 세 번째 월드컵 2연패를 노리고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대회 우승 뒤 56년 만에 ‘축구의 홈커밍’을 염원한다. 둘 중 하나는 짐을 싸야 한다. 축구팬들만 즐겁게 됐다.
도하/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