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5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공을 몰고 있다. 도하/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실력으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젊은 피’. 다음 월드컵엔 그가 주인공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여정은 16강 브라질전 패배로 막을 내렸지만, 가능성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실행력을 보여준 선수들의 등장은 큰 수확이다.
벤투 감독으로부터 외면당하다 한국팀의 에너지원으로 제 몫을 다한 이강인은 대표적이다. 이강인은 벤투 감독이 구상하는 한국팀 축구에서 오랫동안 밀려 있었다. 2021년 3월 일본과 평가전 이후 관심에서 멀어졌고, 지난 9월 대표팀에 소집됐지만 국내에서 열린 두 차례 평가전에서 1분도 뛰지 못했다.
하지만 독기를 품은 그는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2골3도움을 올리는 등 맹활약하며 벤투 감독의 월드컵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특유의 킥과 드리블 능력에 더해 압박과 수비가담, 근력 등을 갖추면서 매력적인 카드로 부상했다.
실제 이강인은 조별리그 첫 우루과이전과 이어 가나전에 교체 출전했고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섰다.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도 후반 들어서자 마자 ‘변속기어’ 구실을 하면서, 백승호(25·전북)의 통렬한 중거리포의 기점이 된 크로스를 올렸다.
이강인의 담대함은 브라질 선수들을 상대로 돌파를 시도하는 장면에서도 엿보였다. 경기장의 판을 흔드는 모습은 앞서 조별리그 2차전 가나와 경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들어오자마자 1분 만에 택배 크로스로 조규성(24·전북)의 골을 도운 그의 움직임에 순식간에 흐름이 바뀌었다.
백승호가 5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돌파하고 있다. 도하/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미드필더 백승호(25·전북)도 이번 대회 딱 한 번의 기회를 통렬한 중거리포로 연결해 팬들의 뇌리에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국내 K리그에서도 프리킥이나 중거리슛 능력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그는 이날 한국의 유일한 골을 작렬해 자존심을 지켰다.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출신으로 이미 유럽 무대에서 잠재력을 인정 받았고, K리그로 돌아온 뒤 소속팀의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등 갈수록 성숙미를 더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대표팀 간판 공격수로 부상한 조규성이나 부동의 중앙 수비수 김민재(26·나폴리), 오른쪽 풀백 고민을 해결한 주전 김문환(27·전북)도 다음 월드컵에서 더 기대되는 선수다.
손흥민(30·토트넘) 등 이번 월드컵 출전 선수 대부분은 다음 월드컵에 나설 수 있다. 세대교체의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무게중심은 이강인 등 새로운 물결을 이루는 선수 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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