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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내게 정구란? 인생 역전이죠!”

등록 2022-05-31 18:27수정 2022-06-01 02:05

[별별스타] 문경시청 단체전 우승 이끈 김유진
초3때 부모가 말려도 몰래 운동
“공 치면 스트레스 날아가고 쾌감”
최근 천적같은 강자마저 꺾어
“다른 세상 열었죠” 국대 꿈꿔
김유진(문경시청)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전 라켓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유진(문경시청)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전 라켓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그때, 그는 생각했다.

‘10패는 안 할 거야.’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상대 전적 2승7패. ‘왜 나와 할 때만 잘하지’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밀렸다. 작년에는 7번 맞붙어 한 번밖에 못 이겼다. 초반은 긴장의 연속. 하지만 중반 이후 ‘내가 지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김유진(23·문경시청)은 현 국가대표 이수진(21·옥천군청)을 단식에서 꺾었고, 기세를 몰아 문경시청은 제100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여자부 단체전에서 우승(5월10일)했다. 안방에서 열린 100번째 대회 정상이라서 감격이 더 컸다. 주인식 문경시청 감독은 “우승 일등공신은 김유진”이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최근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김유진 또한 “제일 기억에 남을 대회”라고 했다.

정구는 테니스와 비슷하다. 경기장은 똑같다. 클레이코트, 하드코트 다 쓴다. 다만 말랑말랑 고무공을 사용한다. ‘소프트 테니스’로 불리는 이유다. 라켓 크기는 테니스보다 작고 무게도 가볍다. 테니스와 달리 라켓 한 면만 사용해 경기한다. 한국은 정구 최강국으로 아시안게임 때마다 좋은 성과를 내왔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 전 종목(7종목)을 휩쓸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4종목) 때는 2개 종목에서 정상에 섰다.

김유진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때부터 정구를 시작했다. 전학을 간 안성 백성초에 정구팀이 있었다. 처음에는 부모님 반대에 부닥쳤지만, “빵 간식도 주고, 운동 끝난 뒤 군것질도 할 수 있어서” 몰래 운동을 나갔다. 열심히 하는 막내의 고집에 부모님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김유진은 “공을 치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랠리가 이어질 때 쾌감도 있다”고 했다.

김유진 스스로 말하는 장점은 백핸드 스트로크. 하지만 포핸드 스트로크는 약하다. 김유진은 “백핸드가 100점이라면 포핸드는 30점 정도밖에 안 된다. 그래서 연습할 때는 포핸드에 집중해서 하는 편”이라고 했다. 주인식 감독의 말도 다르지 않다. 주 감독은 “(김)유진이는 다른 선수에 비해 스트로크를 한 템포 빠르게 친다. 백핸드에 있어서도 각이 좋은 다양한 공격을 펼치는데 포핸드 때 범실이 많이 나와서 앞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김유진은 클레이코트에서 더 강한데 빠른 템포의 공격으로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어서다. 반면 하드코트에서는 공의 바운드가 커서 상대에게 오히려 역습을 허용하기도 한다.

김유진은 정구를 “인생역전”이라고 표현했다. “정구로 다른 세상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또 다른 세상을 꿈꾼다. 태극마크가 그것이다. 아직까지 성인 대표에 뽑힌 적이 없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던 이유다. 내년 4월 대표선발전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유진은 “올해는 여러모로 내 정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백핸드 모자란 70점을 반드시 채워서 내년에 꼭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당장의 목표는 국무총리기(6월10~17일·충북 옥천) 단체전 3연패다. 김유진은 “3연패를 하면 우승기를 가져올 수 있다. 이번에도 꼭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김유진은 인터뷰 말미에 일반인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종목인 정구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정구 라켓을 휘두르며 땀 흘리는 많은 선수들이 있어요. 국내에서는 테니스보다 더 역사가 깊은 것으로 아는데, 테니스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랠리가 있고 힘뿐만 아니라 기교도 필요한 정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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