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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0명이 숨졌다, 역대 가장 비싼 월드컵 경기장 짓다가…

등록 2022-11-19 09:36수정 2022-11-25 17:22

[한겨레S] 커버스토리
2022년 카타르월드컵 개막

2016년 네팔의 한 마을에서 카타르에 일하러 갔다 숨진 채 돌아온 노동자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6년 네팔의 한 마을에서 카타르에 일하러 갔다 숨진 채 돌아온 노동자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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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익숙하지 않은 진짜 쇼를 원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개·폐막식 연출을 맡은 마르코 발리치는 지난 16일 <에이피>(A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는 올림픽에서 흔히 보던 초대형 공연 형식의 개막식을 월드컵에서 처음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발리치는 토리노 겨울올림픽(이탈리아),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브라질) 개·폐막식 등을 연출한 세계적 무대 연출가다. 30분짜리 월드컵 개막식에 1년여간 공을 들여온 발리치는 “카타르는 개막식에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타르월드컵 조직위원회가 발리치를 개·폐막식 책임자로 불렀다는 것 자체가 이전 월드컵에 없던 수백억~수천억원대 대형 개막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대회는 역대 가장 비싼 월드컵으로도 눈길을 끈다. 최첨단 축구 경기장 7곳, 공항 1곳, 호텔 100여곳을 비롯해 수십개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외신들은 대회 총비용이 2천억달러(약 267조원)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사막 한복판에서 치러지는 ‘별들의 전쟁’이 뿜어낼 화려한 빛의 크기만큼, 카타르월드컵에 길게 드리워진 그늘을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 노동자 수천명이 월드컵 경기장 등 기반시설 건설 과정에서 희생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영국 <가디언> 보도를 보면, 2010년부터 10여년간 월드컵 경기장 등을 짓는 데 투입됐던 인도·네팔 등 5개국 이주노동자 6700여명이 사망했다. ‘피의 월드컵’이란 공포스러운 비난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2016년 카타르월드컵의 이주민 노동 착취를 조사해 ‘아름다운 경기의 추한 단면’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당시 보고서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불결하고 비좁은 숙소에 살며 낮은 급여, 사기, 체불, 강제 노동, 여권 압수 같은 불법행위에 시달려온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살릴 셰티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선수와 팬들에게 카타르월드컵 경기장이 꿈의 장소지만, 이주노동자에게는 지옥 같은 곳이 될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지난 8월엔 영국에 본부를 둔 노동자 인권단체 ‘에퀴뎀’이 “카타르 정부가 임금 체불에 맞선 이주노동자 60여명을 체포해 일부를 추방했다”고 고발하는가 하면, 카타르 정부의 성소수자 탄압이 새삼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월드컵 코앞에서 여러 논란이 일자,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 회장은 월드컵 본선 출전국에 보낸 편지에서 “제발, 지금은 축구에만 집중하자. 축구가 이념적, 정치적 싸움에 끌려가게 두지 말자”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카타르월드컵을 둘러싼 논란이 국제축구연맹의 희망대로 대회 기간 동안 숨죽이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최근 월드컵 주요 참가국 주장들이 카타르의 성소수자 탄압에 반대해 ‘무지개 완장’을 차겠다고 뜻을 모으는 일이 있었다. 덴마크 대표팀은 이주노동자 희생 등에 항의하는 뜻으로 ‘올 블랙 유니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니폼을 디자인한 험멜 스포츠 쪽은 “유니폼은 ‘추모의 색’으로 디자인됐다. 대표팀을 향한 우리의 전폭적인 지원이 수천명의 희생자를 낳은 (카타르월드컵) 대회까지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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