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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살 천재 스노보더 최가온, 클로이 킴을 넘보다

등록 2023-03-17 08:00수정 2023-03-17 15:55

[별별스타] 엑스게임·듀투어 최연소 챔피언
최가온이 지난 1월28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애스펀의 버터밀크 스키장에서 열린 겨울엑스게임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를 우승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콜로라도/AP 연합뉴스
최가온이 지난 1월28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애스펀의 버터밀크 스키장에서 열린 겨울엑스게임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를 우승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콜로라도/AP 연합뉴스

14살. 세계 정상에 서기에 손색없는 나이다. ‘신산’ 이창호(48) 9단이 세계 최연소 타이틀(케이비에스 바둑왕전)을 따냈을 때 나이가 만 14살이었고, 일본의 배우 야기라 유야(33)가 영화 ‘아무도 모른다’로 칸 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도 14살이었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스티비 원더(73)가 빌보드 싱글차트 최연소 1위를 기록한 나이는 13살. 짜릿한 위 공기 맛을 보고도 여전히 이룰 게 더 많은 이 ‘십대 챔피언’의 목록에 2008년생 스노보더 최가온(세화여중)도 이름을 올렸다.

최가온은 올겨울 세계 스노보드 커뮤니티의 마음을 훔친 천재 스노보더다. 지난달 26일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마운틴에서 열린 2023 듀투어 여자 스노보드 슈퍼파이프에서 98.33점으로 대회 역사상 최고점에 최연소(만 14살3개월)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이에스피엔>(ESPN)이 주관하는 익스트림스포츠 대회 엑스게임에 한국 선수 최초로 초청받아 역시 최연소로 우승했다. 약 한 달 간격으로 첫 성인 대회 데뷔 무대를 연달아 제패한 혜성의 등장이다.

“처음 (엑스게임) 초청 메일을 받았을 때 꿈만 같았고, 연습하던 중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았어요. 꼭 1등 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어요”라고 최가온은 <한겨레>와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겨울을 돌아봤다. 청명한 밤하늘의 유성 덕에 좋은 기운을 얻었지만 이미 자신감은 충분했다. 그는 “연습하면서 제 ‘런’(Run)만 성공하면 1등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어요. 엑스게임이 너무 재미있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다.

최가온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마운틴에서 열린 2023 듀투어 여자 스노보드 슈퍼파이프 경기를 치르고 있다. 콜로라도/AFP 연합뉴스
최가온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마운틴에서 열린 2023 듀투어 여자 스노보드 슈퍼파이프 경기를 치르고 있다. 콜로라도/AFP 연합뉴스

최가온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마운틴에서 열린 2023 듀투어 여자 스노보드 슈퍼파이프 경기를 치르고 있다. 콜로라도/AFP 연합뉴스
최가온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마운틴에서 열린 2023 듀투어 여자 스노보드 슈퍼파이프 경기를 치르고 있다. 콜로라도/AFP 연합뉴스

최가온이 우승한 슈퍼파이프는 겨울올림픽에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라고 불리는 설상 종목이다. 반으로 가른 원통 형태의 경사로를 지그재그로 활강하면서 양 모서리에서 날아올라 펼치는 묘기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점프의 높이와 동작의 스케일, 회전 방향, 회전수, 발의 방향 전환(스위치), 손의 위치(그랩) 등에 따라 난이도가 갈린다. 듀투어에서 최가온은 주발의 반대방향으로 튀어 등 쪽으로 900도(두 바퀴 반)를 돌고 이어서 1080도(세 바퀴)를 도는 등 격이 다른 기술로 탄성을 자아냈다.

스노보드와 첫 만남은 불과 8년 전이었다. 가족과 함께 스키장을 찾았는데 부모님이 9살 언니와 8살 오빠에게만 스노보드를 사주고 자신에게는 스키를 줬다. 7살의 최가온은 “나도 보드를 타고 싶다”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다음날 기어이 제 키보다도 큰 5만원 짜리 스노보드를 얻어낸 그는 “스피드가 너무 재밌었다”고 한다. 그는 “언니만 리프트권이 있어서 저는 슬로프를 걸어서 올라갔다. 한겨울에 땀이 났다. 근데 보드를 타는 게 너무 재밌어서 슬로프를 걸어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작할 때의 오기(?)는 승부욕보다는 스노보드를 향한 사랑표현에 가까웠다. 많은 정상급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겁기 때문에’ 스노보드를 탄다. 그는 ‘스스로 재능 있다는 것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보다는 보드를 타는 게 너무 멋있어서 지금도 탄다”라고 했고, ‘보드를 잘 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보드를 정말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다치지 않을까 두려움보다 “(보드를) 타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최가온이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최가온은 현재 다시 일본으로 출국해 훈련을 이어가는 중이다. 연합뉴스
최가온이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최가온은 현재 다시 일본으로 출국해 훈련을 이어가는 중이다. 연합뉴스

최가온이 공공연하게 밝혀온 롤모델은 ‘레전드’ 클로이 킴(23·미국)이다. 하프파이프를 시작하면서 유튜브 영상으로 처음 만났고 세계투어에서 직접 조우하기도 한 우상의 행적을 그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쫓고 있다. 최가온이 경신한 엑스게임 최연소 챔피언 기록의 종전 주인 역시 2014년의 킴이었다. 최가온은 “막상 대회에서 만나면 (언니가) 너무 커 보일 것 같다”고 하지만 머지않은 일이다. 다음 시즌부터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다. 2026년 겨울올림픽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최가온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미국, 뉴질랜드, 스위스를 돌면서 하루 4∼6시간씩 보드를 탄다. 쉬는 시간에는 영어 공부를 하고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를 몰아본다. 매일이 바쁜 ‘천재 스노보더’의 꿈은 명쾌하다. “스노보드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 여기에 ‘별똥별 행운’은 필요 없어 보인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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