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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클로이 킴…‘살아있는 역사’ 넘어 새로운 도전 보여주다

등록 2022-02-10 15:44수정 2022-02-11 02:32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평창 이어 베이징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2연패
4살에 시작해 최연소·최초 기록 싹 갈아 엎은 전설
갑작스러운 스포트라이트에 “삶 싫어졌다”며 1년 휴식
돌아온 올림픽서 여자 선수 최초 1260도 회전 시도
클로이 킴이 10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설상공원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경기를 치르고 있다. 장자커우/신화통신 연합뉴스
클로이 킴이 10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설상공원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경기를 치르고 있다. 장자커우/신화통신 연합뉴스

그는 미소를 머금은 환한 얼굴로 출발선에 섰다. “스노보드는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밌어서 탄다”는 그의 비상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압박감도 없어 보였다. 클로이 킴(22·미국)이 그 실력, 그대로 돌아왔다.

킴은 10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설원공원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을 94점으로 마무리하며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첫 번째 시도에서 그는 1080도 (세 바퀴) 를 돌고, 발 방향을 바꾼 채 900도(두 바퀴 반)와 540도(한 바퀴 반)를 성공시킨 뒤, 다시 한 번 1080도를 돌았다. 기술을 모두 성공시키고 내려오자마자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오 마이 갓”을 연발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킴은 “연습 때 8번 시도해서 2번 제대로 착지했던 연기였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단 한 번의 시도 만에 킴이 세운 벽을 11명의 결선 참가 선수 누구도 넘지 못했고 그대로 금메달이 확정됐다. 2위 케랄트 카스텔레트(33·스페인)와 점수 차는 3.75점.

킴은 천재 스노보더다. 4살에 스노보드를 시작해 6살에 전미대회 3위를 차지했고 13살에 최연소 미국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나이 제한으로 2014년 소치겨울올림픽에 나가지 못한 그는 대신 엑스(X)게임에 나서 14살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올림픽(2회), 세계선수권대회(2회), 유스올림픽(2회), 엑스게임(6회), 월드컵(10회) 등 참가할 수 있는 모든 대회를 석권한 최초의 선수이자, 남자 스노보드 제왕 숀 화이트(36·미국)와 함께 역사상 단 두 명뿐인 만점(100점) 기록자이기도 하다. 2016년 여자 선수 최초로 연달아 세 바퀴를 도는 ‘백투백 1080’을 성공시켜 만점을 받았다.

그러나 킴에게 전매특허 1080도 회전을 성공시키는 일보다 벅찬 건 갑작스러운 유명세와 쏟아진 관심이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은 천재소녀를 ‘월드스타’로 바꿔 놓았다. 킴의 모습을 본 딴 바비 인형이 출시됐고, 그의 얼굴이 인쇄된 한정판 시리얼은 7시간 만에 완판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19년 프린스턴대에 진학한 킴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고 사진을 찍는 것 같았다”면서 식료품점에서 샌드위치 하나 사는 일도 힘겨워진 갑작스러운 변화가 “삶을 증오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약 1년간 스노보드를 쉬었다.

클로이 킴은 10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설상공원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1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장자커우/로이터 연합뉴스
클로이 킴은 10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설상공원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1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장자커우/로이터 연합뉴스

킴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부모님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1982년 단돈 800달러를 쥐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정착했다. 킴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아버지는 직장을 관두고 전세계를 돌며 딸의 꿈을 뒷바라지했다. 킴은 지난해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다”며 “부모님은 나와 내 경력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덕분에 잘 풀린 것 같다. 매일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 1호 팬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킴은 한때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던 평창 금메달을 다시 꺼내들고 중압감을 이겨냈다. 지난해 1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을 우승하며 ‘퀸의 귀환’을 알렸다.

사실상 첫 번째 시기에 금메달을 결정지은 킴은 이날 두 번째와 세 번째 시기에서 여자 선수로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세바퀴 반을 도는 1260도 기술을 시도했다. 메달 경쟁이 아닌 자신의 한계를 향한 도전이었다. 비록 착지 과정에서 두 번 모두 넘어졌지만, 킴은 웃었다. 삶이 증오스러울 정도로 압박이 거세졌을 때 자신을 지키기 위해 꿈을 잠시 놓아버리는 도전과 메달을 딴 이후에 고삐를 더 단단히 쥐고 미지의 영역에 뛰어드는 도전을, 그는 모두 보여줬다. 화려한 기록표에는 드러나지 않는 클로이 킴의 ‘진짜 비기’였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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