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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AG 기회 잡은 진호준, ‘태권 종가’의 한 방 노린다

등록 2023-09-19 16:25수정 2023-09-20 17:27

[항저우 우리가 간다] 태권도 남자 68㎏급 진호준
진호준이 지난해 10월 영국 맨체스터의 리저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세계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 남자 68㎏급 결승에서 요르단의 카림 자이드를 2-0으로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진호준이 지난해 10월 영국 맨체스터의 리저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세계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 남자 68㎏급 결승에서 요르단의 카림 자이드를 2-0으로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종주국의 위상은 영원하지 않다. 종목불문이다. 축구의 고향(home)을 자처하는 잉글랜드는 반세기 넘게 월드컵 트로피와 연이 없고, 자국 리그에 ‘지구방위대’를 보유한 미국은 올해 세계야구클래식(WBC)과 국제농구연맹(FIBA) 우승에 실패했다. 메이저리그(MLB)와 엔비에이(NBA)에서 현재 가장 뛰어난 선수들도 미국 국적이 아니다. 종목의 세계화는 곧 전력 평준화로 이어진다.

태권도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축구연맹(FIFA)만큼이나 많은 가입국을 거느린 세계태권도연맹(WT)의 오랜 보급 활동에 힘입어 태권도는 시상대에 가장 다채로운 국기가 내걸리는 종목이 됐다. 코트디부아르, 요르단, 아프가니스탄 등 많은 국가가 태권도를 통해 첫 올림픽 메달을 땄다. 태권도계의 자부심이라고 할 만한 성취다. 다만, 역시 종주국 선수들은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한국 대표팀의 진호준(21·수원시청)은 지난 1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상향된 국제 태권도 판세가 선수들에게 “부담도 되고 자극도 된다”고 했다. 올해 생애 두 번째 태극마크를 단 진호준은 오는 23일 개막하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 남자 68㎏급에 출전한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는 이대훈(현 대전시청 코치)이 아시안게임 3연패(2010·2014·2018)를 일구며 8년간 정상을 지켜온 체급이다.

진호준(왼쪽)이 5월29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크리스털홀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68㎏급 경기를 치르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진호준(왼쪽)이 5월29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크리스털홀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68㎏급 경기를 치르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한국 태권도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일찌감치 ‘포스트 이대훈’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지난해 11월 영국 맨체스터 그랑프리에서는 금메달, 올해 5월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는 은메달을 거머쥐며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특히 세계선수권 8강, 4강에서 당시 랭킹 2위 자이드 카림(요르단)과 3위 울루그베크 라시토프(우즈베키스탄)에게 연달아 역전승을 거둬 존재감을 알렸다.

아시안게임은 상위 랭커들과 재회하는 생애 가장 거대한 무대가 될 예정이다. 진호준은 현재 국제태권도연맹 랭킹 8위인데 그보다 높은 순위 선수 중 아시아 국적은 카림(4위)과 라시토프(3위) 뿐이다. 정을진 대표팀 감독은 “이 체급 선수들이 다들 강하지만, 장준(58㎏ 1위·한국가스공사), 박우혁(80㎏급 10위·한국체대)처럼 진호준도 컨디션만 좋으면 누굴 만나도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관건은 진호준의 경기 스타일이다. 그는 소위 ‘한 점 싸움’이라고 불리는 수비적이고 신중한 태권도를 구사한다. 진호준은 “제 경기는 재미가 없다.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질 것 같다”라며 웃었다. 농담을 섞었지만 인내하며 수 싸움으로 한 방을 노리는 그 스타일 덕에 세계의 강호들을 이겼다. 그리고 동시에,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상대에게 일격을 당하기도 했다.

진호준. 대한체육회 제공
진호준. 대한체육회 제공

세계선수권 은메달 뒤 로마(6월)와 파리(9월)에서 연달아 그랑프리 대회 입상에 실패한 그는 “마음이 앞서서 원하던 경기가 나오지 않았다. 항저우 대회 앞두고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대훈 문화방송(MBC) 해설위원은 “진호준은 기술이나 담대함에서 올림픽 챔피언에게 밀리지 않는 자질을 갖췄다”라며 “비등비등한 흐름에서도 기량을 믿고 압도하는 경기를 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대훈 해설위원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는)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다. 긴장감, 절실함을 갖는 것은 좋지만 간절함이 지나쳐 부담감을 가진 선수들이 예선에서 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라며 ‘마인드 컨트롤’을 당부했다. 진호준은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지난 4월 치러진 재선발전을 통해 기회를 잡았다. 재선발전 이후 이름이 바뀐 체급은 남자부의 경우 진호준 한 명뿐이다.

진호준에게 2023년은 뜻깊은 한 해였다.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고 첫 세계선수권에서 시상대에 올랐다. 이제 “가장 간절한 대회”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5년 전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14개 중 5개를 따냈지만 2년 전 도쿄올림픽에서는 사상 첫 ‘노 골드’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태권도 금메달은 13개(품새 2개, 겨루기 11개). 태권도의 ‘컴백홈’을 꿈꾸는 진호준의 승부는 오는 27일 펼쳐진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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