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현(23번)이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남자 휠체어농구 일본과 결승전을 뛰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저희는 단체 스포츠이기 때문에 개인의 활약은 중요하지 않다. 팀이 졌으니 저도 ‘빵점’이다.”
조승현(스포츠등급 4·춘천타이거즈)은 쓴웃음을 지었다.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남자 휠체어농구 일본과 결승전에서 양 팀 최다인 18득점을 넣고, 8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고 6개의 도움을 올리는 동안 파울은 1개 밖에 기록하지 않은 에이스는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줄 수 없었다.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9년 만의 아시아 왕좌를 노렸던 한국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광엽(50·제주삼다수)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센터 체육관에서 일본에 45-47로 졌다. 한국은 전반전 8점 차 리드(27-19)를 잡았으나 3쿼터에서 내리 11점을 연달아 내주며 기세에서 밀렸고, 4쿼터 외곽 높은 지역까지 강한 압박을 거는 일본의 수비에 고전하며 역전패했다. 앞서 지난 20일 조별리그 2차전에서 52-38로 한차례 꺾었던 상대였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선수와 감독 가릴 것 없이 ‘내 탓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뒤 임동주(스포츠등급 2·코웨이블루휠스)는 “마지막 슈팅 때 제가 남은 시간을 못 봤다. 더 침착하게 쏠 수 있었는데 급하게 던졌다”라고 했다. 경기 종료 직전 동점 버저비터를 무산시킨 자신에 대한 책망이었다. 4쿼터 막판 천금 같은 3점포로 동점(45-45)을 만들었던 임동주지만 손 끝에 남은 것은 빗나간 슈팅의 아쉬움 뿐이었다.
고광엽 감독은 “선수들은 진짜 잘했다. 벤치에서 작전 시간을 거는 타이밍이나 선수 기용 면에서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라며 자책했다. 일본은 휠체어농구에서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는 강호다. 2년 전 도쿄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당시 멤버가 이번 대표팀에서도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선수단 평균 연령도 한국보다 낮다. 40분 내내 활동량과 전환 속도를 유지한 일본의 체력이 승부를 갈랐다.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따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한 뒤 지난 조별리그에서 9년 만에 일본전 승리를 거뒀고, 이날도 마지막까지 피 말리는 접전을 펼쳤다. 우승팀 멤버인 조승현은 “그때 저희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그 금메달 이후 국내 휠체어농구 리그와 실업팀이 생기면서 젊은 선수들이 늘었고, 그 결과가 이번 대회에서 나타났다. 이대로 꾸준히 가면 다음에는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광엽호의 다음 목표는 파리패럴림픽 진출권 획득이다. 내년 1월 패럴림픽 쿼터 대회에서 진출권 두 자리를 두고 아시아 팀들과 재회한다.
항저우/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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