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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박사 김형칠 애마 타고 ‘하늘길’도 승마

등록 2006-12-07 22:17수정 2006-12-08 10:12

7일(한국시간) 도하 승마클럽에서 열린 2006 도하아시안게임 종합마술 개인.단체 크로스컨트리 경기 도중 말에서 떨어져 사망한 김형칠 선수. 사진은 김 선수가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승마 비월 경기에서 장애물을 넘는 모습. 2006.12.7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7일(한국시간) 도하 승마클럽에서 열린 2006 도하아시안게임 종합마술 개인.단체 크로스컨트리 경기 도중 말에서 떨어져 사망한 김형칠 선수. 사진은 김 선수가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승마 비월 경기에서 장애물을 넘는 모습. 2006.12.7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젖은 땅 경기하다 낙마참변…애마도 안락사
그가 ‘벤디’라고 불렀던 ‘말’은 12살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20대인 벤디는 5년 전 만난 47살의 김형칠을 잘 따랐다. 다른 사람이 김형칠의 목소리를 흉내내 불러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그러나 벤디는 김형칠이 손짓하면 아무리 맛있는 것이 앞에 있어도 제쳐두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난 벤디는 비행기를 타고 도하에 오는 긴 여정을 김형칠과 같이했다.

7일(이하 현지시각) 카타르 도하 승마클럽. 15회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종합마술 이틀째 크로스컨트리 경기 날이었다. 연간 강우량 100㎜에 불과한 사막 땅에 아침 일찍부터 두 번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땅은 비로 흠쩍 젖어 있었다. 2.7㎞를 달리며 고정장애물 23개를 넘는 경기.

김형칠과 벤디는 1m10 높이의 계단식 8번 장애물을 향해 뛰었다. 쉬운 코스 중 하나였다. 오전 10시를 갓 넘긴 시간. 미끄러워서일까. 벤디가 도약한 지점은 평소보다 뒤로 약간 처져 있었다. 벤디의 앞발이 계단 끝에 걸렸다. 김형칠이 먼저 앞쪽으로 떨어졌다. 뒤이어 500㎏이 넘는 벤디가 공중제비 돌듯 한바퀴 돌았다. 벤디의 뒷다리가 떨어진 곳은 그토록 따르던 김형칠의 머리였다. 딱딱한 헬멧은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헬멧 속 그의 머리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피는 코로도 흘러나왔다.

“고개를 들려고 했는데, 계속 밑으로 떨어졌어요.”(박원오 승마협회 전무) 하마드 종합병원 쪽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고 했다. 두개골 골절로 출혈이 심했다는 것이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낙마해 죽음에 이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배 전재식은 “한국에서 출발할 때 차를 타기 전 형수님과 입을 맞추던 모습이 떠오릅니다”라며 슬퍼했다. 김형칠은 1964년 도쿄올림픽 승마 장애물에 출전한 선친에 뒤를 이어 말을 탔다. 한국 최초로 용인대에서 승마로 박사학위도 땄다. 아시아경기대회(1986·90·94·98, 2002·06) 출전이 여섯번째고,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도 나갔다.

그는 바르셀로나 때 경기 전날 말의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를 포기한 적도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때 형의 아들 김균섭(25)과 함께 종합마술 단체전에서 딴 은메달이 최고성적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유독 욕심을 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로 막차를 타 도하에 왔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잘 마무리하고 이젠 지도자를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 세 살 어린 김홍철 코치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김형칠의 가족은 8일 현지에 도착한다.

영어교사인 부인 소원미씨는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망연자실했다. 그는 초등학생 딸과 아들을 두고 있다. 박원오 전무는 “매일 저녁 내 전화로 아내와 통화하며 ‘형, 전화 많이 써서 미안해요’라고 하던 게 생각납니다”라고 말했다.


김정길 대한체육회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좋지 못한 날씨에 무리하게 경기를 강행한 것은 아닌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대한올림픽위원회장으로 치르겠다. 정부에는 체육훈장 추서와 대전국립묘지 안장을 건의하겠다”고 얘기했다. 체육회는 임시분향소를 차리기로 했다.

체육회는 선수단 전체 보험을 든 상태다. 벤디도 뒷다리가 부러졌다. 박원오 전무는 “다리가 부러지면 주사를 맞혀 안락사를 시킨다”고 했다. 5년을 함께한 김형칠과 벤디가 도하에서 다시 올 수 없는 곳으로 같이 떠나게 됐다.

도하/송호진 박현철 기자 dmzsong@hani.co.kr

7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승마 종합마술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한 김형칠 선수가 경기도중 장애물에 걸려 말과 동시에 쓰러져 부상을 입고 있다. 김선수는 도하 하마드병원에서 결국 사망했다. 2006.12.7 (도하=연합뉴스)
7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승마 종합마술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한 김형칠 선수가 경기도중 장애물에 걸려 말과 동시에 쓰러져 부상을 입고 있다. 김선수는 도하 하마드병원에서 결국 사망했다. 2006.12.7 (도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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