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반 금’ 리옌펑 뒤엔 독일인 코치
케냐 중장거리는 아일랜드 성직자
“선진기술 탓”-“비법은 전혀 없어”
케냐 중장거리는 아일랜드 성직자
“선진기술 탓”-“비법은 전혀 없어”
육상에서 서른두살은 노장에 속한다. 리옌펑(32·중국)은 28일 여자 원반던지기에서 아시아 첫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리옌펑은 “나는 독일 코치를 두게 된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 코치는 카를하인츠 슈타인메츠다. 국경을 넘어 세계정상급 육상 선수를 키워내는 사례들은 여럿이다.
■ 나이는 중요치 않아 2004년과 2008년 올림픽에서 리옌펑은 9위와 7위에 머물렀다. 2005년 손목 부상으로 원반과 영원히 이별할까 고민도 컸다. 하지만 슈타인메츠 코치를 만나면서 새로운 선수생활을 맞고 있다. 코칭의 대부분은 통역에 의존하지만 조금씩 익혀둔 독일어로 소통하려 애쓴다. “운동을 시작할 때 세계챔피언은 생각지도 않았지만, 독일 코치와 만나면서 그게 현실로 됐다”는 그는 “나이는 중요치 않다”고 했다.
슈타인메츠는 30살 이상의 선수 조련에 전문가이다. 34살이던 라르스 리델을 세계챔피언, 39살의 위르겐 슐트를 1999년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로 만들었다. 리옌펑은 코치와 함께 33살에 런던올림픽 우승을 노리고 있다.
■ ‘육상지식’ 없는 코치? 남자 800m 세계기록 보유자 데이비드 루디샤(22·케냐)의 코치는 육상 전문 인스트럭터가 아닌 아일랜드 출신의 성직자 콤 오코널이다. 1976년 케냐 이튼의 세인트패트릭고교에 지리교사로 부임한 그는 30년 이상 케냐 선수들을 지도해 중장거리 부문에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금메달만 20개를 넘게 수확해냈다. 피터 로노(1988년 서울올림픽 1500m 금메달), 윌슨 킵케터(남자 800m 전 세계기록 보유자), 매슈 비리르(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3000m 금메달)가 대표적인 선수다. 성공적인 지도 비결에 대해 “말해줄 수 없다. 거기엔 비밀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난 그저 앉아서 관찰하고 질문하고, 끊임없이 배운다”며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로 실현되도록 도와줄 뿐”이라고 했다.
■ 경보 김현섭의 코치도 외국인 위경련의 고통과 무더위를 이겨내며 6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땅바닥에 쓰러지고 만 한국 경보 간판 김현섭도 국외 지도자의 조련을 받은 선수다. 삼성전자 육상단은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지도자인 보흐단 부와코프스키 코치를 일찌감치 영입해 선진기술을 배우도록 했다. 조덕호 사무국장은 “김현섭과 박칠성 등 대표급 선수들은 처음 경보를 시작할 때 세계대회에서 경고 누적으로 실격하곤 했다”며 “부와코프스키 코치의 지도를 받은 뒤 국제적인 경보기술을 전수받고, 경기력은 물론 자신감 등 정신적인 면까지 향상됐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도 이번 대회를 위해 허들과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 등 3종목, 3명의 외국인코치를 선수단에 편성했다. 대구/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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