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적용된 ‘원스타트 아웃’ 파장
“한 번 실수에 너무 가혹”…팬들 흥미도 떨어뜨려
긴장 높여 기록향상 주장도…IAAF “룰은 룰이다”
“한 번 실수에 너무 가혹”…팬들 흥미도 떨어뜨려
긴장 높여 기록향상 주장도…IAAF “룰은 룰이다”
0.01초 ‘찰나의 승부’. 100m 출발선에 선 선수들은 100분의 1초에 목숨을 건다. 좀더 빨리 뛰어나가려는 욕심은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과도한 욕심이 때론 주변 선수들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부정출발 규정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하지만 볼트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한번의 부정출발로 실격되자 현재의 ‘부정출발 단번 실격’(원스타트 아웃)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 왜 규정 엄격해졌나? 원래 트랙경기에선 한 선수가 두번 연속 부정출발했을 때 실격 처리됐다. 2003년부터는 첫번째 부정출발이 나오면 경고를 하고, 두번째 부정출발이 발생하면 해당 선수가 처음 반칙을 했더라도 실격이 됐다. 그러자 경고를 각오하고 예감에 맞춰 부정출발을 하거나, 상대 선수를 견제하기 위해 고의로 부정출발하는 선수들이 생겨났다. 스타트가 취약한 볼트는 2년 전 베를린대회 100m 준결승 때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스타트를 해 고의 부정출발 의혹을 받기도 했다.
결국 국제육상연맹은 베를린대회 때 열린 총회에서 단 한번만 부정출발을 해도 곧바로 실격 처리하도록 규정을 고쳤다. 라민 디아크 국제육상연맹 회장은 규정 개정 당시 “옛날 규정대로라면 선수가 고의로 부정출발을 할 수 있다. 그 경우 우리는 어떤 처벌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대회는 강화된 규정이 적용된 첫 세계선수권이다.
■ 선수들 반응은? 부정출발 규정에 대한 불만은 선수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미국의 단거리 간판 타이슨 게이(29)는 새 규정 도입 당시 “나는 한번 기회를 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다음 세계선수권에서 볼트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또 이번 대회 3위에 오른 킴 콜린스(세인트키츠네비스)도 “한번의 실수로 선수를 쫓아내는 것은 옳은 규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육상 팬들도 격앙됐다. 볼트의 탈락을 지켜본 한 회사원은 “스타트 사인을 늦추는 바람에 리듬이 흔들린 것 아니냐”며 “세계대회는 2년, 올림픽은 4년을 기다려 준비할 텐데 너무 가혹한 규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 규정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육상연맹 관계자는 “출발선에 선 선수들에게 좀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돼 폭발력을 더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 런던올림픽에서 바뀌나? 국외 유력 매체들은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내년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영국에서 현 규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국제육상연맹이 볼트의 실격을 계기로 규정을 완화하라는 압박을 심하게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볼트가 규정 변경의 희생양이 됐다. 내년 런던올림픽에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볼트처럼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스타가 뛰어보지도 못하고 실격한다면 국제육상연맹의 흥행 전략에도 손실이다.
이에 대해 국제육상연맹의 닉 데이비스 대변인은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볼트의 부정출발 실격이 실망스럽다”며 “하지만 룰은 룰이다. 룰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된다”며 일단 원칙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구/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우사인 볼트의 실격 상황
대구/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