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뛰기 도중 발 접질려
결선오른 멀리뛰기 포기
결선오른 멀리뛰기 포기
1일 오전 11시35분 멀리뛰기 예선→2일 오전 10시30분 세단뛰기 예선→2일 저녁 7시45분 멀리뛰기 결선. 32시간 안에 세 경기를 뛰도록 만든 어설픈 일정이 결국 사달을 불렀다.
한국 남자 세단뛰기의 간판 김덕현(26·광주광역시청)이 2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세단뛰기 예선에서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하고 탈락했다. 1·2차 시기에서 구름판 정지선을 밟아 기록을 내지 못했고,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제대로 밟았지만 왼쪽 발목을 접질리며 그대로 쓰러졌다. 일어서지 못한 김덕현은 들것에 실려 경북대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검진 결과 ‘가벼운 염좌’(갑작스러운 충격 등으로 근막이나 인대가 상하면서 나타나는 증상) 소견을 받았다. 저녁에 예정된 멀리뛰기 결선에 나가기 위해 얼음찜질을 하며 통증과 발목 부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결국 이번 대회 예선을 거쳐 결선에 올랐던 유일한 한국 선수는 출전을 포기했다.
김덕현의 부상은 빡빡하게 짜인 경기 일정에서 어느 정도 예고가 됐다. 전날 멀리뛰기 예선을 치른 김덕현은 이날 오전·오후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특히 홉-스텝-점프로 이어지는 기술 종목인 세단뛰기는 체력소모가 클 뿐 아니라 발목 부상 위험이 높다. 김덕현은 1일 멀리뛰기 예선이 끝난 뒤 “내일 일정이 빡빡해서 결선에서 평소보다 더 못 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2년 전 베를린대회에선 세단뛰기 예선(8월16일 밤), 결선(8월18일 밤), 멀리뛰기 예선(8월20일 밤), 결선(8월22일 밤) 차례로 경기가 열렸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지난 6월 대회 조직위에 일정 변경을 요청했지만, 이미 조직위원회가 제출한 일정이 국제육상경기연맹을 통과한 뒤였다. 국내 선수가 자국 대회에서도 안방 이점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대구/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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