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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홍해 갈라지듯 트랙이 열렸다”

등록 2011-09-02 20:11

샛별 4인방, 별별 이야기
“아버지 쾌유에 바치는 금메달”

세계 스포츠 이벤트는 새로운 얼굴을 알리는 스타의 등용문이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도 별들은 뜨고 졌다. 꼭 챔피언이 아니더라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 메달이 있다.

1일 남자 높이뛰기에서 우승한 미국의 제시 윌리엄스(27)는 1991년 도쿄세계선수권대회의 찰스 오스틴 이후 20년 만에 미국에 이 종목 금메달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윌리엄스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여행중 심장질환을 일으킨 아버지가 필리핀의 한 병원에 입원중이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아버지가 경기를 봤을지는 모르지만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서둘러 경기장을 떠났다. 스물일곱이 되도록 이렇다할 국제대회 성적이 없었던 그는 비교적 단신(1m83, 73㎏)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마침내 빛을 봤다. 우승 기록을 세울 때까지 실수 없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친 그는 아버지의 쾌유를 빌면서 경기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트는 볼트, 나는 나일뿐”

지난 30일 남자 400m에서 우승해 역대 세계선수권 세번째의 최연소(18살363일) 우승자가 된 이는 키라니 제임스. 그는 인구 10만4천명이고, 감옥에 죄수가 17명에 불과한 그레나다 출신이다. 막판 극적인 역전으로 디펜딩챔피언 라숀 메릿(미국)을 누르면서 세계의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직선주로에서 자신있었기에 곡선에서 힘을 안배했다”는 말에서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노련함이 엿보인다. 제임스의 궤적이 볼트와 비슷해 세계 육상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6살에 400m를 45초24에 달렸는데, 이는 볼트가 같은 나이 때 달린 기록(45초35)보다도 빠르다. 세계선수권 우승은 볼트(22살)에 비해 3살가량 빠르다. 그는 “볼트가 훌륭한 선수이지만, 나는 나만의 길이 있다”고 말했다.

금메달보다 뜻깊은 동메달


이번 대회 전까지 역대 세계선수권 총 289개의 금메달 중 28%에 달하는 81개나 가져간 나라는 미국이다. 은메달(38개)과 동메달(45개)을 합치면 164개. 그러나 여자 포환던지기에서는 한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때문에 질리안 캐머리나 윌리엄스(29)가 지난 29일 포환던지기에서 동메달을 따낸 것은 이변에 가깝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선수권 2회 연속 예선 탈락, 가까스로 결승에 진출했던 베이징올림픽에선 12위에 그쳤다. 그는 “언제나 남의 우승을 지켜보며 나는 언제 저 무대에 설까 시련에 빠진 적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며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시상대에 서게 됐고, 이제 런던올림픽을 향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1500m로 주종목 바꾼뒤 깜짝 우승

1일 여자 1500m 우승자 제니퍼 심슨(25·미국)은 유럽과 중동, 중국이 분할해온 이 종목에서 미국의 교두보를 만들어냈다. 1983년 헬싱키대회 우승자는 메리 데커 이후 28년 만의 ‘미국의 명예 회복’이다. 주종목을 바꾼 뒤 거둔 ‘깜짝 금메달’이어서 기쁨이 더 컸다. 애초 3000m 장애물 선수로 2008년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대회에 출전했지만 아프리카세에 밀려 9위와 5위에 그쳤다. 심슨은 “장애물 경기도 국내 경쟁자가 많아 코치의 권유에 따라 1500m로 전향했는데, 모세의 홍해가 갈라지듯 트랙이 내게 활짝 열렸다”고 말했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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