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2일 저녁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200m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특유의 번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볼트, 가뿐히 200m 결선진출
번개·쿵푸 몸짓…익살 여전
100m 딛고 ‘제왕’ 복귀 신호
400m 계주 결승은 4일 밤
번개·쿵푸 몸짓…익살 여전
100m 딛고 ‘제왕’ 복귀 신호
400m 계주 결승은 4일 밤
관중석 한쪽이 웅성거렸다. 소리는 이내 함성으로 변했다. 지난달 28일 남자 100m 결승에서 실격한 뒤 닷새 만에 등장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인기는 폭염보다 뜨거웠다.
2일 낮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200m 예선 출발선에 선 볼트는 여유가 넘쳤다. 경기장에 들어서며 관중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환호성이 커지자 신이 난 듯 1등으로 골인한 뒤에나 보여주는 특유의 ‘번개’ 액션까지 선보였다.
볼트는 2조 7레인에 배정받았다. 그는 세계기록(19초19)과 올 시즌 최고기록(19초86)을 보유한 최강자다. 볼트가 스타팅블록을 치고 나가는 연습을 할 때조차 관중들은 “와~” 하는 함성으로 애정을 드러냈다. 볼트는 두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손뼉을 치며 더 큰 성원을 유도했다. 중계 카메라가 다가서자 손가락으로 승리의 ‘브이’(V) 자를 그려 보였고, 양팔을 움직여 쿵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취하는 등 익살을 부렸다.
경기 개시를 알리는 차임벨이 울리자 관중석이 고요해졌다. 볼트의 표정도 굳었다. 잠시 하늘을 쳐다보며 성호를 그렸다. 100m 결승에서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출발했던 모습을 기억하는 관중은 숨을 죽였다.
마침내 출발 총성이 울렸다. 반응속도는 0.314초. 예선에 참가한 54명 중 53위였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보통 0.150~0.200초인 점에 견주면 0.3초대는 형편없이 느린 기록이다.
하지만 곡선주로를 빠져나오자 불꽃 질주가 시작됐다. 직선주로에서 더욱 가속해 격차를 벌렸다. 결승선 20~30m를 앞두고는 고개를 돌려 다른 선수들을 바라보며 페이스를 늦췄다. 그래도 여유있는 1등이었다. 20초30. 2조에선 물론이고 예선에 참가한 54명 중에서도 1위였다.
이날 저녁 열린 준결승에서도 경쟁을 즐겼다. 2조 6레인에 배정받은 볼트는 선수 소개 때 힙합춤을 췄고, 출발 직전 대회 마스코트인 삽살개 ‘살비’의 “쉬이~” 소리에 맞춰 입에 손을 갖다 대 웃음을 자아냈다. 출발 반응속도는 0.207로 예선 때보다 빨랐지만 여전히 하위권. 하지만 결승선을 앞두고 속도를 줄이고도 20초31로 조 1등. 준결승 전체에선 ‘백색 탄환’ 크리스토프 르메트르(프랑스·20초17)가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볼트는 트랙을 떠나기 직전엔 자지러질 듯 환호성을 내지른 관중석 ‘오빠부대’ 쪽을 향해 신발을 한짝씩 벗어 던졌다.
볼트는 경기 뒤 “지금 기분은 좋다. 실격을 당하고 나서 많이 자고 많이 먹고 영화도 많이 봤다”며 “내가 출발을 제대로 한다면 아무도 날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볼트는 200m와 400m 계주 우승으로 ‘제왕’의 자존심을 회복할 생각이다. 200m 결승에는 르메트르와 월터 딕스(미국) 등과 경쟁한다. 남자 200m 결승은 3일 밤 9시20분, 남자 400m 계주 결승은 4일 밤 9시에 펼쳐진다. 대구/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볼트는 200m와 400m 계주 우승으로 ‘제왕’의 자존심을 회복할 생각이다. 200m 결승에는 르메트르와 월터 딕스(미국) 등과 경쟁한다. 남자 200m 결승은 3일 밤 9시20분, 남자 400m 계주 결승은 4일 밤 9시에 펼쳐진다. 대구/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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