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 피어슨(25·호주·왼쪽)과 크리스토프 르메트르(21·프랑스·오른쪽)
100m 허들 피어슨 압도적 1위…200m 3위 르메트르 ‘가장 빠른 백인’
육상 단거리는 흑인이 지배한다. 다리가 길고 순간적인 힘을 발휘하는 속근이 발달해서 그렇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 여자 100m 허들 우승자 샐리 피어슨(25·호주)과 남자 200m 동메달리스트 크리스토프 르메트르(21·프랑스)는 흑인보다 잘 달리는 백인이다.
피어슨은 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100m 허들 결승에서 흑인들을 모조리 누르고 12초28로 정상에 올랐다. 기록 가뭄 속에 여자 창던지기에 이어 두번째 대회신기록까지 세웠다. 벼락같은 스타트와 현란한 허들링으로 허들을 넘을수록 상대와의 격차는 벌어졌다. 키는 166㎝로 작지만 잘 발달된 상·하체의 근력으로 폭풍 같은 질주를 가능하게 했다.
이날 데일리 프로그램 표지모델이던 피어슨은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한 뒤 울컥하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어 관중석에서 날아든 데일리 프로그램 책자를 밟는 시늉을 하며 이번 대회를 지배하던 징크스를 없애는 ‘의식’을 치렀다.
르메트르는 이날 남자 200m 결승선에 선 8명 중 유일한 백인이다. 우사인 볼트의 환호성에 가려졌지만 그는 19초80의 놀라운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4일 남자 400m 계주에서 프랑스의 2번 주자로 나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키 189㎝, 몸무게 74㎏의 호리호리한 체형인 르메트르는 역대 백인 가운데 가장 빠르다. 지난해 100m 9초92를 작성하며 패트릭 존슨(호주)이 2003년에 세운 9초93을 넘어섰고, 200m도 이번에 자신의 종전 기록(20초16)을 0.36초나 단축했다. 미국과 자메이카로 양분된 육상 단거리에서 그는 흑인들을 제치고 유럽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로 우뚝 섰다. 대구/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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