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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를 보는 바둑계의 눈 “알파고에 고맙다”

등록 2016-03-14 19:35수정 2016-03-14 21:01

“바둑의 낭만은 없지만…
패러다임 바꿔준 계기 고맙다”
알파고는 냉정했다. 알파고는 승리할 확률이 높다는 계산이 나오면 잡을 수 있는 돌도 잡지 않았다. 알파고에게 중요한 건 크게 이기는 것이 아니다. 반집을 이기더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 프로의 세계에서 승부에 대한 집념은 물론 인정해야하지만 대국이 거듭될수록 이세돌 9단이 말했던 “바둑의 낭만”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프로 바둑기사들이 말하는 바둑의 낭만이란 무엇일까. 김영삼 9단은 “기계적인 계산으로 이기는 데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질 때 지더라도 자신의 실력과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한 다음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이 바둑의 아름다움 중 하나다”라고 했다.

프로 기사들의 대국에선 예선·본선·결선에 관계없이 흑과 백이 물고 물리면서 생겨난 대마의 생사여부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흔하다. 바둑팬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4시간 가량 이어지는 장시간의 대국을 지켜보는 이유다. 알파고와 이 9단의 대결에선 이같은 백척간두의 싸움이 없었다. 김 9단은 “2국때 70수밖에 진행이 안됐는데 알파고가 판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이겼다는 뜻이다. 프로기사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라 처음엔 신선했지만 알파고가 바둑을 마치 벽돌깨기 식 비디오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사람들이 바둑의 진짜 ‘멋’을 발견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바둑은 끝나고 복기를 한다. 프로 기사들은 자신들이 왜 졌는지를 알지 못하면 못 사는 존재들이다. 복기를 하면서 상대의 멋진 수를 인정하고 자신의 실수를 되씹는다. 그 과정에 인간미가 숨어있는데 그것이 바둑의 가장 큰 멋 중 하나다”라고 했다. 대국에서 패한 이 9단이 곧바로 자리를 뜨지 못했던 것은 자신이 왜 졌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상대는 기계였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이 9단은 2국이 끝난 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가 5시간 넘게 밤을 새우며 복기를 했다.

그럼에도 김 9단은 “알파고가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꿔준 계기가 돼 고맙다”고 했다. 그는 “바둑은 1930년대를 기준으로 고대와 현대바둑으로 나뉜다. 알파고로 이제 바둑의 새 시대가 열렸다. 그것을 우리가 5판 밖에 못 본다는 게 아쉬울 뿐”이라며 알파고가 기존 프로기사들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권승록 기자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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