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오른쪽)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5국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왼쪽은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 개발자이자 알파고 대신 바둑 돌을 놓고 있는 아자황 연구원. 구글 제공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의 세기의 마지막 대결에서 알파고가 280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번 대국 최종 스코어는 4대1로 알파고 우위다. 이 9단은 초반 한 때 앞서나갔지만 알파고의 정교한 형세판단과 계산력에 밀려 중반 이후 벌어진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세돌도 이 대목을 아쉬워했다. 대국이 끝나고 이다혜 4단과 5번기를 복기하는 이 9단은 중앙을 가리키 아쉽다는 듯 머리를 쓸어넘겼다. 박정상 9단은 “직접 흑번을 잡는 불리함을 선택한 이세돌 9단이 후반에서 형세판단에서 밀렸다”고 했다.
[현장 6신](97~121) 알파고 한 발 후퇴…이세돌 중앙서 세력구축
이세돌 9단이 두텁게 형성된 백의 중앙 대형에 101수로 건너붙이며 돌파를 시도했다. 형세가 불리하다고 판단한 이 9단의 승부수다. 박정상 9단은 “이세돌 9단의 그 수가 좋은 수로 보인다”고 했다. 박 9단의 말대로 101수는 중앙을 삭감하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착점이었다. 이에 알파고가 한 발 뒤로 후퇴하자 흑이 중앙에서 엷지만 뒷맛이 남아있는 세력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9단은 이것으로만 만족할 수 없었다. 성동격서 식으로 중앙에서 손을 빼고 백의 좌하귀를 둘러싼 실리를 삭감하기 위해 107수로 3선에 붙여갔다. 이로써 다시 좌하귀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중반을 넘어선 전투는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쪽이 진다. 박 9단은 “45대 55로 이세돌이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현장 5신](79~96) 이세돌 30여수 안에 승기 못 잡으면 불리
양쪽 모두 형세판단이 중요한 순간이다. 중앙에 알파고가 약 60집 가량을 확보하며 두텁고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젠 상대와 자신의 발전성 여부를 동시해 고려하면서 승부수를 던지느냐 안정적으로 가느냐를 결정해야하는 순간이다. 이 9단이 안정적으로 가기엔 백의 세력이 만만치 않다. 이 9단이 91수로 백 진영으로 단박에 뛰어든 이유다. 박정상 9단은 이세돌 9단에게 “어떻게든 알파고 돌을 끊어내면서 백돌이 이어져가는 것을 최대한 막아내면서도 뒷맛을 남겨야 알파고에게 이길 수 있다. 알파고가 중반 이후 정말 잘 두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부분적으로 상변을 보면서도 전체적인 눈으로 형세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앞으로 30여수 안에 이 9단이 승기를 잡지 못하면 후반으로 갈수록 불리하다”고 내다봤다.
[현장 4신](59~78) 알파고 칼 빼들어…상변·중앙서 전투
알파고가 칼을 빼들었다. 상대에 우상귀 실리를 내준 대가로 쌓아올릴 수 있었던 굳건한 자신의 세력을 이 9단이 어깨를 짚는 69수로 침투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알파고가 70수로 모자를 씌우며 흑 공략에 나서며 반발했다. 이젠 상변과 중앙에서 이 9단이 자신의 돌을 살리면서 백의 세력을 얼마만큼 지워낼 수 있는가가 승부의 최대 관건이 됐다. 김형환 7단은 “상변을 흑이 무난하게 타개한다면 흑이 괜찮은 흐름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정상 9단은 “알파고가 이 9단의 돌들을 살려주면서 다시 중앙에 더 두터운 세력을 형성하려고 할 수도 있다. 아낌없이 시간을 사용하면서 유불리를 판단해야한다”고 했다.
[현장 3신](41~58) 하변 전투 시작 “수싸움에서 이세돌 우세”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의 예상을 벗어난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에 백이 대형을 갖추기 위한 행마를 이어가고 있는 것. 이에 이 9단은 악수를 감행하면서라도 이 세력을 지워내기 위한 착수를 하고 있다. 초반에 알파고에 세력과 두터움을 내주면 후반에 역전이 불가능하다는 이전 대국이 준 교훈 때문이다. 이세돌의 강한 대응에 알파고도 48수로 끊어오면서 의외의 강한 반발을 했다. 48수에 대해 유창혁 9단은 “프로 기사라면 잘 두지 않는 수다. 후반 패싸움과 뒷맛을 위해서라도 남겨두는 수다. 이 9단에게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하변 전투를 노리고 있었다. 우변에서 양쪽 돌이 물고 물리면서 수상전이 벌어졌다. 양쪽 모두 장고를 거듭하며 치열한 수읽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정상 9단은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수싸움에서 이긴 것 같다”고 판단했다.
[현장 2신] (21~40) 이세돌-알파고 세력싸움 시작
2연패를 한 뒤 이세돌 9단은 걱정을 하며 다가온 후배 박정상 9단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냥 나의 바둑을 두면 될 거야.” 이세돌 9단이 이 말처럼 초반에 자신의 바둑을 두어 나가고 있다. 31수로 백에 붙여간 수가 그 사례다. 이 모양에선 좌상귀 삼삼 침투가 일반적이다. 이 9단은 바둑판을 잘게 잘게 나눠 두고 싶은 것이다. 삼삼에 침투했을 때 생겨날 백의 두터운 세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 9단이 향후 악수교환이 될 수도 있는 31수를 둔 것이다. 이로써 백에 모양을 내주진 않았지만 좌상귀를 백이 두텁게 지키면서 이 9단이 실리는 가져가지 못했다. 반면 이세돌 9단은 좌변에서 단단한 흑의 대형을 갖추게 됐다. 알파고는 다시 세력 형성에 나서기 시작했다.
[현장 1신](1~20) 이세돌 초반 포석 예상대로 가고 있다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결 마지막 대국(5국)이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시작됐다.
지난 13일 4국을 마치고 이 9단이 구글 쪽에 제안한대로 이번 대국에선 이 9단이 흑번을 잡았다. 이 9단은 당시 “백을 잡고 한 번 이겼으니 흑을 잡고도 이겨보고 싶다. 알파고가 흑을 더 힘들어한다. 흑으로 이기는 게 더 값어치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유창혁 9단은 이세돌 9단이 흑번을 잡겠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3대0으로 전체승부가 결정이 난 것이고 4국의 승리로 심리적 부담을 던 상태니 이제 이세돌다운 바둑을 두고자 흑을 잡으려 한 것이다”고 했다.
대국이 시작되고 이세돌 9단이 양소목으로 포석하자 알파고는 양화점으로 응수했다. 해설위원인 박정상 9단은 “이 9단이 초반 포석을 자신이 예상했던대로 짜 나가고 있다”고 했다.
알파고가 12수로 붙여온 수는 최근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정석이다. 박정상 9단은 12수를 보고 “기존 기보를 많이 알파고가 학습한 것 같다”고 했다. 17수로 이 9단이 백의 대형에 침투했을 때 18수로 알파고가 손을 뺀 데 대해 박 9단은 “인간의 눈으로 봤을 때는 흑이 불만이 없는 수다. 19수로 이세돌 9단이 기세 좋게 밀어올리면서 초반 포석은 이세돌이 좋다”고 했다.
권승록 기자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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