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지난해 훈련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이 2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정상급 선수들이 잇따라 최종 리허설에 돌입했다. 아직 ‘예비 성적표’에 불과하지만, 올림픽을 한달도 남기지 않은 터라 성적에 따른 기대와 불안감이 엇갈리고 있다.
‘스키점프 여제’ 다카나시 사라(22·일본)는 지난 13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미야노모리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2017~18 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여자 스키점프에서 1·2차 합계 238.2점으로 노르웨이의 강자 마렌 룬뷔(252.9점)와 독일의 카타리나 알트하우스(248.6점)에 이어 3위에 그쳤다. 1위와는 14.7점 차이가 벌어졌다.
다카나시는 개인 통산 월드컵 53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부 그레고어 슐리렌차워(오스트리아)와 함께 남녀부를 통틀어 역대 최다승 기록이다. 불과 22살 나이에 일찌감치 ‘전설’ 반열에 이름을 예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졌다. 5차례 대회에서 3차례 동메달을 따낸 게 최고 성적이다. 특히 라이벌인 룬뷔, 알트하우스와의 맞대결에서 한차례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다카나시는 “라이벌들이 정말 강하다. 그러나 뛰어넘기 어려운 벽을 이겨냈을 때 얼마나 기쁠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오히려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의 부진이 ‘올림픽 금메달에 필요한 점프’를 훈련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아버지이자 코치인 다카나시 히로나리도 “도약대에서 몸을 더 평행으로 만들려 한다. 올림픽에 맞춰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만큼 초조해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스노보드의 ‘절대강자’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18)도 아쉬운 성적으로 일말의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클로이 김은 14일 끝난 국제스키연맹 월드컵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2위로 대회를 마쳤다. 1차 시기에 17.75점에 불과한 점수를 얻었다가, 2차(81.25점), 3차(88.75점) 시기에 점수를 끌어올렸다.
개인 통산 ‘월드컵 78차례 우승’ 기록을 가진 린지 본(34·미국)도 같은 날 월드컵 알파인 여자 슈퍼대회전 경기에서 9위에 그쳤다. 본은 경기 뒤 “눈 상태가 좋지 않아 부상 우려가 있었고, 공격적인 경기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클로이 김과 본은 모두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상황이지만, 대회를 코앞에 두고 경기력에 대한 기복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반면 러시아로 귀화한 한국인 선수 빅토르 안(33·한국이름 안현수)은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끌어모으고 있다. 빅토르 안은 이날 유럽 쇼트트랙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역대 겨울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6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과 최다 메달 타이 기록을 가졌지만, 이번 시즌 네차례 월드컵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승권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올림픽 무대 직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러시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국가 단위로 출전 금지 조처를 당한 상황이지만 빅토르 안은 ‘첫번째 조국’에서 처음 열리는 겨울올림픽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다.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역사상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에 도전한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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