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싱 이즈 파인.”(모든 일이 잘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한 문장짜리 짧은 대답으로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남북한 평창올림픽 회의’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는 이날 저녁 7시께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 도착한 뒤, 회담 전망을 묻는 외신기자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두 팔을 펼치는 몸짓과 함께 두 차례나 “모든 일이 잘되고 있다”는 말을 했다. ‘공항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더라’는 남쪽 기자들의 물음에도 “별걸 다 묻는다”고 농담을 던지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장웅 위원과 함께 스위스에 도착한 김일국 북한 체육상 겸 민족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말을 아낀 채 곧바로 ‘평창회의’가 열리는 로잔으로 이동했다.
남북이 지난 17일 차관급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을 합의한 가운데 최종 결정권을 가진 국제올림픽위원회와 남북이 마주앉는 스위스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날 밤 10시께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장, 유승민 아이오시 선수위원과 실무진 등 남쪽 대표단이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했다. 대표단은 아직 아이오시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을 의식한 듯 말을 아낀 채 곧바로 회의 장소인 로잔으로 이동했다. 우리 대표단은 19일 오전 자체 사전회의를 열어 ‘평창회의’ 대응 방안을 최종 조율했다. 이어 김기홍 평창올림픽조직위 사무차장 등 실무진이 아이오시와 회의를 했고, 저녁에는 도 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아이오시와 평창회의에 앞선 사전 회담을 했다. 북쪽 대표단 역시 남쪽과 마찬가지로 아이오시와 회의 안건을 놓고 사전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 같은 숙소에 묵고 있는 남북 대표단은 이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만나 새해 덕담 등 가벼운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이 20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번 평창회의에서 북한 선수단 규모와 공동입장 절차, 국가·국기 사용, 선수단복 문제 등 ‘대부분 사안’이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선수단 참가에 대해선 아이오시가 이미 환영의 뜻을 밝혔고, 한반도기 사용을 포함한 남북 공동입장도 2000년(시드니), 2004년(아테네), 2006년(토리노) 등 세차례 올림픽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된 ‘전례’를 따르면 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날 “평창올림픽은 국내에서 열리는 만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사례를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남북과 아이오시가 단일팀의 특수성을 고려해 남쪽 기존 엔트리에 6명 안팎의 북한 선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애초 한국의 첫 상대로 예정된 스위스 등이 “불공정 경쟁”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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