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1차대회 여자 1000m에서 우승한 최민정(가운데)이 2, 3위를 한 킴 부탱(오른쪽), 엘리스 크리스티(왼쪽)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다페스트/EPA 연합뉴스
눈과 얼음 위에서 불꽃 튀는 명승부를 연출해온 겨울올림픽이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지우고 싶은 ‘옥에 티’가 있다. 팬들의 지나친 경쟁심이 선수들을 향한 ‘악플’(악의적 댓글)로 번지는 경우들이다.
영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 엘리스 크리스티(27)가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추월을 시도하다 박승희와 함께 넘어진 뒤 끔찍한 악플에 시달린 게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 팬들의 각종 욕설과 모욕적인 발언에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폐쇄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크리스티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한국인들의 반응은 잠을 자기 어려울 만큼 무서웠다”고 토로한 바 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1500m 결승에선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가 ‘할리우드 액션’(속임 동작)을 악용해 김동성의 실격패를 유도했다가 ‘겨울올림픽 원조 악플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일본 피겨스케이팅의 여자싱글 간판이었던 아사다 마오. 연합뉴스
여자 피겨에서 김연아의 최대 라이벌이던 아사다 마오(일본)와 율리야 리프니츠카야(러시아)에게는 뚜렷한 까닭 없이 ‘일본 원숭이’, ‘러시아산 중2병’ 같은 비난이 쏟아졌다. 소치올림픽 뒤에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가 김연아를 넘어 우승을 차지한 게 ‘편파 판정 덕분’이라고 맹비난했던 한국 팬들을 상대로 러시아 누리꾼들이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운동을 펴기도 했다.
날 선 악플이 자국 선수들을 겨냥하는 경우도 있다. 한때 피겨 세계 최정상권이던 아사다는 소치올림픽에서 16위에 그친 뒤 일본 팬들로부터 ‘할복’, ‘망명’ 같은 극단적인 표현을 들어야 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팬들이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를 향해 ‘매국노’라고 비난한 적도 있다. 소치에서 한국인 첫 겨울올림픽 6회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운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에게는 “올림픽에 6차례 나가 메달을 하나도 못 땄다”거나, 2010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만m 우승자인 이승훈에게는 “금메달로 군 면제를 받더니 소치올림픽에서는 제대로 달리지를 않는다”는 식의 인신공격성 악플도 이어졌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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