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겨울올림픽 D-10]
서울올림픽 주역들, 대표팀에 메시지
서울올림픽 주역들, 대표팀에 메시지
2018 평창겨울올림픽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긴장과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딱 30년 전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감동과 희망을 선사한 8명의 인사들이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아낌없이 보여주도록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북 선수 배려하는 단일팀 되길”
현정화(한국마사회 감독) 88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가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에게
한국에서 올림픽을 하니까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그런 만큼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다. 88올림픽 때 탁구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나도 그랬다. 사람들의 시선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면 결과가 나쁠 수 있다. 국민적 관심을 자신의 기운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이는 과정을 보면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가 생각났다. 당시 여자단체전에서 남북에서 2명씩 출전하는 바람에 2명의 남쪽 선수가 출전하지 못했다. 금메달을 따긴 했어도 두 선수는 연금 혜택도 못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번엔 남쪽 선수 출전엔트리가 많으니 북쪽 선수들을 더 많이 배려해주면 좋겠다. 북쪽에 괜찮은 선수들이 있다고 하니 합을 맞춰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 국민들의 따뜻한 응원이 기대된다. 학습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남북단일팀 경기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빙판 위 체스’ 한국인의 손맛을”
허재(남자농구대표팀 감독) 88올림픽 선수 선서자가 컬링 선수들에게
88올림픽 개막식에서 전체 선수단을 대표해 핸드볼 손미나 선수와 함께 선서를 한 일은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그때 나는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겠다”고 외쳤다. 이번 평창올림픽에 나서는 후배들도 멋진 실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농구에서는 슛을 할 때 손 끝에 전해지는 느낌으로 골이 들어갈지를 알 수 있다. 다른 스포츠도 손 감각이 중요한데, 겨울스포츠 중에서는 아마 컬링이 그럴 것 같다. 컬링이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인기있는 종목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여자컬링 대표팀이 얼마 전 세계 최강 캐나다팀을 이겼다는 반가운 뉴스도 봤다. 컬링 대표팀이 평창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 컬링은 ‘빙판 위의 체스’라는 말처럼 두뇌 플레이가 중요하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손맛을 보여준다면 컬링 대표팀의 꿈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상처받은 심석희, 빠른 치유를”
임춘애(생활체육 지도자) 88올림픽 성화 최종주자가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에게
88올림픽 때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했는데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1980년대 훈련 과정은 매우 거칠었다. 체벌이 있었지만 그때는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1986년 아시안게임 육상 중거리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정신력의 승리’라고 했다. 훈련 과정에서 정신력을 키웠는데 나중에는 그 ‘정신력’이 내가 만든 건지 외부에서 만들어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심석희 선수에게 최근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리상담을 통해서 상처가 빨리 치유됐으면 좋겠다. 안 좋은 일을 자꾸 의식하게 되면 더 안 좋아질 수 있으므로, 사실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도 조심스럽다. 내가 운동할 때는 나라를 위해 뛰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선생님 말씀’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경기도 자신을 위해 뛰는 것이지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다.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다. 올림픽에 나가 긴장하지 말고 후회 없이 게임을 즐겼으면 좋겠다.
”비인기 종목 땀도 결실 맺을 것”
고병훈(대한핸드볼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 88올림픽 여자핸드볼 감독이 비인기종목 선수들에게
88올림픽에서 여자핸드볼 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따낸지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제 수원에서 아시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다. 수원체육관은 바로 여자핸드볼이 30년 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곳이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비록 3위에 그쳤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는 88올림픽 때 선수들에게 핸드볼이 비인기 종목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묵묵히 훈련하면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고 금메달로 결실을 맺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 중에는 비인기 종목, 무명 선수들도 많다. 그 선수들에게도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자신이 선택한 종목은 누가 뭐래도 나에겐 최고의 인기 스포츠다. 나에게는 핸드볼이 최고의 스포츠다.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그 진가를 알아줄 것이다.
”빙속영웅, 긴장 말고 리듬 타야”
박종훈(가톨릭관동대 교수) 88올림픽 체조 동메달리스트가 3연패 노리는 이상화 선수에게
베테랑에게 무슨 조언이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흔들리지 말고 지금까지 가던 방향으로 쭉 가라는 말은 꼭 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상황이라 주변의 기대가 높으면 선수들은 긴장하기 마련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500m 3연패 욕심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3연패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은메달을 따도, 동메달을 따도 좋다. 아니 열심히 뛰는 모습만으로도 이상화는 이미 우리의 영웅이다. 몸 관리, 정신력 무장, 경기 기술, 이렇게 3박자를 맞춰야 한다. 세 가지를 꼼꼼히 체크하고 그동안 해온 대로 리듬을 잘 맞춰보자.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했다. 2006년 토리노부터 올림픽을 경험한 이상화는 큰 경기 상황에 맞춰 잘 대처할 것으로 믿는다. 본인도 절대 흔들리지 말아야 하지만, 주변에서도 흔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최선 다하면 결과 신경 안 써도 돼”
임계숙(케이티 여자하키팀 감독) 88올림픽 하키 은메달리스트가 여자아이스하키 고교 3인방에게?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고교 3인방(김희원 엄수연 이은지)이 있다니 반갑다. 나도 고교 3학년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처음에는 무척 긴장을 했지만 언니들을 믿고 따르면서 내 플레이를 했다. 공격수였던 나는 평소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고, 연습을 통해 실전에서 득점 위치를 잘 잡았던 것 같다. 아이스하키는 얼음판에서 하고 필드하키는 인조잔디에서 하고, 사용하는 기술도 다르다. 하지만 스틱으로 하는 것은 비슷하다. 여자 필드하키는 내가 뛰었던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초창기여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경력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조금씩 성적을 내면서 성장했다. 여자 아이스하키도 거의 불모지에서 이제 시작을 했다. 메달의 가능성을 떠나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팬들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한다. 그동안 해온 훈련과정을 떠올리면서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코리아 여자 아이스하키의 선전을 바란다.
”은반의 18살 소녀, 꿈을 펼쳐라”
손미정(예원학교 교사) 88서울올림픽 성화 최종 점화자가 피겨 최다빈 선수에게
꿈을 향해 달려가던 18살 고등학생이었던 내게 문득 찾아온 올림픽 성화 점화의 기회는 벅찬 기쁨과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때의 나와 같은 나이로 평창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 피겨 최다빈 선수는 지금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첫 겨울올림픽인 만큼 더 긴장되고 두려울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지만 자신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최다빈 선수는 칭찬받을 만하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힘든 순간이 있더라도 자신을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가길 바란다. 살아가면서 고통이 없다면 기쁨을 알 수 없듯이 지금의 힘든 시간을 거쳐 최다빈 선수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이 최다빈 선수의 성장을 위한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설원의 마라톤’ 개척자 아름다워”
유재성(이천시청 마라톤 감독) 88올림픽 마라톤 선수가 ‘설원의 마라톤’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에게
크로스컨트리가 ‘설원의 마라톤’으로 불리듯 마라톤과 크로스컨트리는 먼 거리를 달리는 만큼 정신력과 인내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종목이다. 이채원·김마그너스 등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다. 88올림픽 당시 메달은 따내지 못했지만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니 그때의 흥분과 긴장이 새롭게 느껴진다. 당시 우리나라 마라톤처럼 크로스컨트리도 현재는 세계적 수준에 비해 조금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 특히 우리 국민들의 응원을 받으면 없던 힘과 용기도 생기게 마련이다. 비록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기를 바란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힘겨운 종목을 개척해나가는 크로스컨트리 선수들 모두 파이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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