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김주식 짝이 2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가볍게 첫 훈련을 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일 밤 양양공항을 통해 입국한 북한선수단이 둘째 날인 2일 쇼트트랙 선수가 훈련 도중 부상을 당하는 뜻밖의 악재를 만났다.
북한 쇼트트랙 대표팀 최은성(26)은 저녁 7시부터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공식훈련에서 이탈리아·프랑스 대표팀과 합동훈련을 하다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보호패드에 강하게 부딪혔다. 뒤로 넘어진 최은성은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관계자들은 급히 구급요원을 호출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최은성은 오른쪽 발목 골절이 의심돼 엑스레이를 찍었으나 다행이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는 “엑스레이 촬영 결과 열상(피부가 찢어져서 생긴 상처)인 것으로 진단돼 부상 부위를 봉합한 뒤 퇴원했다”고 밝혔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 출전하는 렴대옥(19)-김주식(26) 짝은 오전 9시부터 40분 정도 훈련으로 현지 적응을 시작했다. 북한 선수가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렴대옥-김주식 짝은 김현선 코치 등 북한 선수단 관계자 3명과 함께한 첫 훈련에서 ‘DPR Korea’(디피아르 코리아)가 등에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고 가벼운 스케이팅으로 몸을 푼 뒤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이날 링크에 흘러나온 음악은 이들이 쇼트프로그램 때 사용하는 음악은 아니었다. 이들은 훈련 도중 김현선 코치의 조언을 받았으며 관중석을 향해 환하게 웃는 표정연기도 함께 했다. 초반에는 점프를 하지 않고 안무 맞추기에 집중하다가 후반부에 들어서며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리는 고강도 동작을 소화했고, 비교적 단순한 토루프 점프 동작도 연습했다.
렴대옥-김주식 짝은 훈련을 마친 뒤 관중석을 향해 인사한 뒤 링크를 빠져나갔다. 이들은 따로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은 채 미니버스를 타고 강릉선수촌으로 돌아갔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렴대옥의 생일이었다. 미국 <엔비시>(NBC) 기자가 생일 축하한다고 말을 건네자 렴대옥은 말없이 밝게 웃어 화답했다.
렴대옥-김주식 짝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추가쿼터 배정으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한다. 그러나 지난해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자격을 획득한 전력이 있는데다,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선수권에서 페어 부문 동메달을 차지해 이번 대회에서도 상위권이 기대되고 있다.
북한의 스키 종목에 출전하는 6명은 첫날 훈련을 건너뛰었다. 스키 종목은 알파인스키 3명과 크로스컨트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알파인스키 선수들은 아침 8시~오후 3시30분(용평경기장),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은 아침 8시~저녁 7시30분(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이 공식훈련 시간이지만 스키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조직위 관계자는 “미리 훈련에 참가하겠다고 신청해야 경기장을 쓸 수 있다”며 “두곳 모두 북한 쪽에서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선수단은 강릉선수촌에서 첫 아침을 맞이하며 숙소에 아파트 3개 층을 덮는 대형 인공기를 내걸었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창문 크기의 인공기만 내걸었던 북한이 2016년 리우올림픽 때부터 대형 인공기로 바뀌면서 체육정책이 달라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길우 단장 등 북한선수단 32명이 묵고 있는 동은 804동으로 한국선수단이 묵고 있는 801동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전날 밤 북한선수단을 직접 맞이한 김기훈 강릉선수촌장은 “어제 북한선수단 임원이 밝은 표정으로 가볍게 인사를 전해왔다”며 “불만이나 요청 사항으로 접수된 것도 없다”고 전했다. 강릉/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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