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 트레이닝센터에서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박철호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오늘부터 B팀 훈련 맡으시죠!”(세라 머리 총감독)
“제가 어떻게, 안됩니다.”(박철호 북한 감독)
“아닙니다. 맡으시죠.”(세라 머리 총감독)
6일 강원도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훈련은 선수 뿐만 아니라 사령탑까지 끈끈한 ‘원팀’을 이뤘음을 보여줬다. 머리 총감독이 북한에서 온 박철호 감독에게 100% 신뢰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머리 감독이 박 감독을 인정하고, 박 감독이 사양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소개했다.
머리 감독은 이날 오후 1시15분~2시에 관동하키센터 주경기장에서 김도윤 코치와 함께 단일팀의 주전급 선수인 A조 22명을 직접 훈련시켰다. 스웨덴전에 빠졌던 희수그리핀도 등에 부상을 뜻하는 X자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주전조에서 연습했다. 머리 총감독은 A조에 지난 3일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뛰었던 선수 대부분을 포함시켰고, 발목이 좋지 않아 빠진 이은지의 부상 공백에는 북한의 최정희를 끌어올려 메웠다.
박철호 감독은 A조 훈련이 끝난 3시30분~4시30분 연습경기장에서 나머지 11명을 직접 지휘했다. 박 감독의 옆에는 지난해 4월 현역은퇴 뒤 대표팀 비디오 분석관으로 활동 중인 이규선 코치가 보좌했다. B조 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은 류수정, 김향미, 황설경, 김은정, 진옥, 최은경, 리봄 등 북한 선수 7명과 남한 선수 4명 등 총 11명이다. 스웨덴과 평가전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이 B조 훈련을 소화했다.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아 스웨덴 평가전에 빠졌고, 올림픽 본선 출전도 불투명한 박은정(영어명 캐롤라인 박)도 B조에서 홀로 슛 연습을 했다.
머리 총감독은 지난달 28일부터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35명 단일팀의 합동훈련을 이끌며 최적의 조합을 찾는데 열중했다. 이제는 머리 총감독이 주축 선수들의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박철호 감독이 다른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박철호 감독은 이날 하키스틱을 들고 직접 시범을 보이는 등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선수들이 다소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자 “계속 쉬지 말고 돌라”고 독려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남한 선수들한테는 존대말을 하며 대하는 박철호 감독의 모습에서 선수들 뿐 아니라 사령탑에서도 진짜 남북 단일팀을 완성한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강릉/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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