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오서 코치(오른쪽)가 8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 중인 차준환을 지도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사람 마음은 꼭 그런 게 아니다. ‘금메달 제조기’로 통하는 세계적인 피겨 코치 브라이언 오서(56·캐나다)는 한국의 차준환(17·휘문고)을 비롯해 무려 5개국에서 제자 5명을 데리고 평창겨울올림픽에 출전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7일 입촌식에서 한국 선수단 출입등록(AD) 카드를 목에 걸었다.
오서는 올림픽 피겨 남자싱글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따낸 비운의 스타다. 특히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 브라이언 보이타노(미국)와 라이벌 대결 끝에 0.1점 차로 쓴잔을 마신 경기는 ‘브라이언 전쟁’으로 유명하다. 현역 시절 “중력을 거슬러 하늘을 나는 느낌이 좋다”며 눈부신 ‘3단 점프’를 구사해 ‘미스터 트리플 악셀’로 불렸다. 더 화려한 전성기는 은퇴 뒤에 왔다.
그는 여자싱글에서 김연아(28·은퇴), 남자싱글에서 하뉴 유즈루(25·일본) 등 아시아 선수들을 세계적 반열로 끌어올려 ‘피겨계 미다스의 손’이란 수식어가 따라왔다.
이번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오서 사단’ 가운데 하뉴와 하비에르 페르난데스(27·스페인)가 남자싱글 우승 후보로 꼽힌다. 여자싱글 개브리엘 데일먼(20·캐나다)과 엘리자베트 투르신바예바(18·카자흐스탄)도 메달 후보다.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 출입등록 카드를 발급받아 눈길을 끌었다. 5개국 선수 중 우승 후보의 국가를 택할 수 있었지만, 뜻밖에 주목도가 떨어지는 차준환의 나라에 등록을 한 것이다. 그는 “제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경기를 시작하는 차준환(9일·팀 이벤트)과 함께하려고 한국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한국에 대한 기억은 특별하다. ‘초보 코치’ 시절이던 2007년 담당했던 선수가 한국의 김연아다. 오서의 지도를 거쳐 김연아는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 여자싱글 금메달을 비롯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세계선수권대회 등을 휩쓸다시피 했다. 오서 역시 김연아를 통해 단숨에 세계적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엔 서울특별시 명예시민 자격을 얻기도 했다.
2016년부터 지도하고 있는 차준환에 대해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뒤 더 강해지고 빨라져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며 “현실적 목표로 10위권 진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창에서 그는 한번 더 한국과 아름다운 인연을 맺겠다는 생각이다. 하뉴가 2014 소치올림픽에 이어 피겨 남자싱글 2연패를 노리고 있고, 페르난데스도 세계선수권 2회, 유럽선수권 6연속 우승의 저력을 밑천 삼아 ‘키스 앤 크라이존’(경기장 내 선수 대기석)에서 코치와 함께 환호를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오서는 지난 7일 한국선수단 입촌식에 참가해 “이제야 모든 게 시작된다는 느낌이다. 평창이 내뿜는 분위기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강릉/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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