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영웅’의 올림픽 3연패냐 떠오르는 별의 대관식이냐.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바이애슬론에 출전하는 아나스타시야 쿠즈미나(34·슬로바키아)와 라우라 달마이어(25·독일)의 라이벌 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즈미나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과 2014년 소치올림픽 때 스프린트 종목에서 두차례나 금메달을 목에 건 바이애슬론계의 스타다. 밴쿠버 대회에서 그가 딴 금메달은 슬로바키아의 겨울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이 됐다. 2008년 러시아에서 슬로바키아로 국적을 바꾼 쿠즈미나가 ‘국민영웅’ 대접을 받는 이유다. 가족들도 남다르다. 남편 다니엘 쿠즈민(40)은 크로스컨트리 선수이자 쿠즈미나의 개인 코치이고, 남동생은 소치올림픽 바이애슬론 계주 금메달리스트인 안톤 시풀린(31)이다.
쿠즈미나에 맞설 달마이어는 지난 시즌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5관왕에 오르며 바이애슬론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신성이다. 달마이어는 21살 나이에 출전한 소치 대회 때만 하더라도 스프린트 46위, 추적 30위에 머무른 유망주에 불과했다. 혼성계주에서는 아예 실격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치올림픽 경험을 밑거름으로 급성장한 달마이어는 이듬해 체코 노베메스토 월드컵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스프린트) 우승을 일궜고, 현재 세계 바이애슬론계 최고 스타가 됐다.
두 선수 모두 이번 대회 개최지인 평창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쿠즈미나는 2009년 평창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 대회 전까지 10위권 내 성적을 거둔 적도 없었던 쿠즈미나는 집단출발 종목 은메달을 목에 걸며 국제 무대에서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 올림픽 2연패까지 거머쥐게 된다. 달마이어 역시 올림픽을 한해 앞둔 지난해 3월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2관왕(스프린트·추적)에 오른 바 있다.
관전 포인트는 달마이어의 전 종목 금메달 석권을 쿠즈미나가 저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지난달 미국 데이터 전문 업체 그레이스노트는 평창올림픽 국가별 메달 전망에서 달마이어가 개인전 세 종목(개인, 추적, 집단출발), 단체전 두 종목(계주, 혼성계주)에서 5관왕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대 변수는 쿠즈미나의 몸 상태다. 소치올림픽 이후 임신과 출산으로 두 시즌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올 시즌 월드컵에서 네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며 종합 2위를 달리고 있다. 평창올림픽 여자 바이애슬론 경기는 10일 스프린트 7.5㎞ 종목을 시작으로 2월22일까지 이어진다.
강릉/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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