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19·부흥고)은 ‘괴물 고교생’으로 불린다. 고교 1학년이던 2016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쇼트트랙 남자 1000m 패자부활 경기에서 1분20초875로 세계신기록을 냈다. 서이라(26), 박세영(22) 등 주전급 형님들의 부상으로 얼떨결에 나선 경기에서 본때를 보였다. 스스로도 당시를 “진짜 얼떨떨했지만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꼽는다.
2년 사이 그는 세계 최강인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 막내’로 급성장했다. 주종목인 1500m에서 세계순위 1위에 올라 있다. 2017~2018 시즌 네차례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각각 두차례씩 차지했다. 미국 <엔비시>(NBC) 방송 해설자이자 전직 쇼트트랙 선수인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도 “황대헌은 신체적, 체력적으로 가장 뛰어난 선수 가운데 하나”라며 1500m 우승을 점치고 있다.
황대헌이 10일 저녁 7시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한국팀의 평창겨울올림픽 첫 금메달을 노린다.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 노 메달 굴욕을 이번 대회 초반 일찌감치 씻어내겠다는 각오다.
쇼트트랙 남자 1500m는 한국이 이번 대회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황대헌과 함께 ‘쇼트트랙 대표팀 투 톱’으로 불리는 임효준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세계순위도 4위까지 끌어올렸다. 황대헌은 지난 7일 훈련 뒤 인터뷰에서 “(금메달 후보라는 평가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철저히 준비한 만큼, 노력했던 만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대헌이 북한 최은성(26)과 펼치는 ‘우정의 대결’도 또 다른 볼거리다. 9일 열린 쇼트트랙 1500m 예선 조 추첨에서 둘은 나란히 3조에 배정됐다. 세계순위 100위권 수준의 최은성은 지난 2일 훈련 레이스 도중 넘어져 오른 발목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뒤 회복과 훈련을 병행해왔다. 황대헌과는 기량 차이가 있지만 둘은 8일 함께 훈련장에 나란히 나타난 데 이어 실전 경기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벌이게 됐다. 황대헌은 남자 1000m, 500m, 팀 계주에서도 메달을 노리고 있다.
강릉/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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