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를 점화자에게 전하기 위해 남한의 박종아와 북한의 정수현 선수가 성화대를 오르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9일)의 가장 인상적 장면인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박종아(남한)-정수현(북한) 주자의 공동 성화봉송은 리허설 없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 선수를 성화봉송 주자로 선정하는 데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적극적인 의사 개진과 더불어 북한 선수단장과 세라 머리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총감독의 흔쾌한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송승환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은 리허설이 전혀 없었고, 남북 성화 주자도 (개막식) 전날 밤에 결정돼 리허설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전날 밤에 대역을 써서 비디오로 촬영해 남북 선수에게 보여주고 리허설 없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평창조직위 관계자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단일팀 결성 등이 이뤄지면서 남북 공동의 성화봉송 아이디어가 조직위와 문체부, 아이오시 등에서 다발적으로 튀어나왔다. 북한의 선수단장과 새러 머리 총감독 등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개막식 전날 성화 주자가 최종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주장인 박종아는 국제적으로도 알려진 골잡이이며, 북한의 정수현도 간판 공격수로 단일팀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2살 동갑인 둘은 흰색 방한복에 털모자를 쓰고 30m 계단을 차분히 오르며 최종 점화자인 김연아에게 성화를 넘겼다. 남북의 딸들이 성화를 맞잡고 계단을 함께 올라 정상에 이른 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송승환 감독도 “고난과 어려움을 형상화한 가파른 계단을 남북한 선수가 손을 잡고 오르는 건 굉장히 극적인 장면이 될 거라 생각했다. 리허설이 없어 불안했지만, 극적인 모멘텀이 됐다”고 했다.
이날 개막식에 대한 평가는 한국적 정체성이 부족했다는 부정적인 반응과 적은 비용으로 선방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등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남북 아이스하키 선수 둘을 성화 주자로 선정한 것은 매우 신선한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경기인은 “두 선수가 계단을 올라갈 때 전율했다. 둘이 성화에 점화했더라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강릉/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