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이 역주하는 모습. 김성광 기자
‘철인’이 따로 없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30·대한항공) 이야기다.
이승훈은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장거리 네 종목에 모두 출전한다. 총 거리만 37.4㎞에 이른다. 맨땅도 아닌 빙판 위에서 쟁쟁한 상대와 맞붙는 철의 강행군이다.
이승훈은 지난 11일 남자 5000m에 출전해 5위에 올랐고, 15일 1만m 경쟁에 나선다. 18일에는 팀추월 8강·4강전 두차례 경기를 치르고 21일 팀추월 결승에 나선다. 남자 팀추월은 3명이 한조가 돼 400m 트랙 8바퀴를 돈다. 폐막일 전날인 24일에는 올림픽 첫 정식종목이 된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매스스타트는 16바퀴를 돌아야 해 총 주파거리가 6400m인데 예선까지 포함하면 두번을 뛴다.
출전 네 종목의 거리는 5000m+1만m+팀추월 9600m(3200m×3)+매스스타트 1만2800m(6400m×2)를 합쳐 37.4㎞가 된다. 더욱이 팀추월에서는 바람 저항을 많이 받는 선두에서 더 많이 뛰면서 막바지 스퍼트도 책임져야 한다.
빙상 전문가들은 1만m를 뛰면 체력소모가 심하고 근육에 부하가 걸려 며칠간 근육통으로 고생한다고 말한다. 5000m를 달린 뒤 담이 걸려 정상적인 몸상태가 아니다. 하지만 이승훈은 “1만m를 포기하면 한국의 1만m는 사라진다. 나라도 출전해야 한다”며 14일에도 훈련장에 나갔다. 한국의 빙상을 걱정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종목에 참가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다.
이승훈 같은 선수는 극히 드물다.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르나 캐나다의 테드얀 블루먼,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조반니 등이 4~5종목 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다. 자기관리의 대가인 성실파 이승훈은 아시아권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존재다.
강릉/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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