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일행이 평창겨울올림픽 자원봉사자에게 막말을 하는 등 ‘갑질’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ㄱ씨는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5일 오후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를 찾은 이 회장과 수행원 2명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예약한 VIP석을 차지한 채 버텼고, 이를 제지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고함을 지르며 ‘머리를 좀 써라’, ‘이 분이 누구신지 아냐’ 등의 막말을 했다”고 말했다.
ㄱ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열린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10㎞ 경기를 찾아 VIP석의 일종인 OF(Olympic Family)석에 팔짱을 끼고 앉았다. 이 자리는 아이오시가 예약한 좌석 10개 중 일부였다. 이에 ㄱ씨 등 의전담당 자원봉사자 2명은 이 회장에게 이 사실을 설명하며 자리 이동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자원봉사자들의 말을 무시한 채 앉은 자리에서 버텼다. ㄱ씨는 “대한체육회 관계자로 보이는 수행원 한 명이 ‘야!’라고 소리를 지르며 ‘알겠다고, 그만해라’라고 말했다”며 “자원봉사자들이 큰 소리 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해당) 수행원은 ‘아이오시 그거 별거 아니야. 우리가 개최국이야’라고 했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 회장에게도 세 차례에 걸쳐 “아이오시가 예약한 자리다”라는 설명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아,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하며 자원봉사자들의 말을 끊었다. ㄱ씨는 “옆에 있던 아이오시 외국인 관계자가 ‘여기 앉으면 안 된다’고 한 말을 이 회장에게 통역해줬지만 (이 회장은) 계속 ‘No problem’이라는 말로 자원봉사자들을 무시하고 버텼다”고 했다.
이 회장의 수행원은 ㄱ씨가 업무 교대를 한 이후 남겨진 자원봉사자들에게 “머리를 좀 써라. 이 분이 누구신지 아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 회장은 토마스 바흐 아이오시 위원장이 오면 인사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고, 바흐 위원장 쪽과도 이야기가 된 상황이었다. 이를 자원봉사자들에게 설명했는데도 계속 일어나라고 하니 직원과 실랑이가 벌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ㄱ씨는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이 그런 설명을 한 적이 없다. 수행원이 ‘바흐 위원장이 오면 일어날거다’라고만 말했다”고 체육회의 해명을 반박했다.
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조직위 차원에서 체육회에 사과를 요구하거나 별도의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선담은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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