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A조 예선 3차전 캐나다와 경기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이 관중들과 인사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지난 17일 강릉하키센터 장내 방송에서 가수 전인권의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가 흘러나왔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예선 2차전에서 0-8로 스위스에 참패를 당한 직후였다.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선수들에게 노래가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라고 용기를 북돋운 것이다. 이날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도 음악을 배경으로 선수들의 어깨를 토닥이듯 큰 박수를 보냈다.
평창겨울올림픽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들을 보듬고, 웃고, 울리는 노래들이 눈길을 끈다. 이번 대회 최고 빅이벤트 중 하나였던 17일 남자아이스하키 예선 미국과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경기에선 골이 터질 때마다 메리 홉킨의 명곡 ‘도즈 워 더 데이스’(Those were the days)가 나왔다. 서글픈 운율에 “그때만 해도 우린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지. 라라라 라라라~”라는 가사로 골을 허용한 팀과 팬들의 가슴을 더 아리게 하는 짓궂은 선곡이다. 이날 미국은 오에이아르 선수들의 환호와 함께 이 노래를 네차례나 들어야 했다. 남자 피겨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는 6명 단위로 다음 출전 선수들이 몸을 풀 때 영국의 팝 밴드 원디렉션의 노래 ‘컴온, 컴온’(C’mon C’mon)이 나온다. “이리 와서 같이 춤추자, 컴온 컴온”이란 가사로 관중들을 경기에 몰입시키며 흥을 돋웠다.
노래는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들을 응원하는 데도 큰 구실을 한다. 올림픽 기간 내내 화제를 모았던 북한응원단은 지난 15일 피겨 페어 경기장을 찾아 노래로 남북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들은 고향을 떠나 첫 올림픽을 치르는 북쪽 렴대옥-김주식 짝에게 ‘고향의 봄’, 오랜만에 북쪽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남쪽 감강찬-김규은 짝에게 ‘반갑습니다’ 같은 노래를 불러줬다. 북한응원단은 ‘아리랑’을 자주 부르는데, 20일 한국 피겨 아이스댄스 민유라-알렉산더 갬린 짝이 평화를 기원하는 ‘홀로아리랑’(노래 소향)을 배경음악으로 프리댄스를 연기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앞서 11년 만에 남북 공동입장이 성사된 개막식 공연에서는 전인권, 안지영(‘볼빨간 사춘기’ 보컬) 등이 평화의 염원을 담은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을 불러 평화올림픽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선수단 입장 때는 1988 서울올림픽을 달궜던 공식 주제곡 ‘손에 손 잡고’(노래 그룹 ‘코리아나’)가 나와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과 남북 첫 단일팀이 꾸려진 올림픽의 의미를 더했다. 25일 폐막 공연에서는 세계적인 케이팝(K-POP) 그룹 엑소(EXO)와 가수 씨엘이 노래로 전세계에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마무리를 전한다.
강릉/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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