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남자 봅슬레이 4차 주행 경기가 열렸다. 캐나다의 저스틴 크립스-알렉산더 코팩츠 조가 독일과 같은 기록으로 통과하자,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톨스턴 마기스 조와 라트비아의 오스카스 멜바르디스-야니스 스트렝가 조가 놀라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밤 평창슬라이딩센터에서 치러진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2인승 4차 시기. 3차 시기까지 1위를 달리던 캐나다팀이 맨 마지막 순서로 주행을 마쳤을 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연출됐다. 1~4차 합산 기록 3분16초86으로, 3차 시기까지 2위였던 독일팀과 똑같은 기록을 찍은 것. 100분의 1초까지만 계측을 하는 봅슬레이 국제규정에 따라 두 팀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이번 올림픽 첫 공동 금메달이다.
속도 경기는 최첨단 운동복과 장비 등으로 공기저항을 최소화해 최대한 시간을 단축하려는 ‘스포츠 과학’이 총동원된다. 찰나의 순간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인데 시간 계측 단위는 종목별 국제연맹의 규정에 따라 제각각이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100분의 1초까지만 재지만 같은 썰매 종목인 루지는 1000분의 1초까지 계측한다. 같은 썰매 종목인데도 시간 계측 단위가 다른 이유를 강광배 MBC 해설위원은 루지의 특징으로 설명한다. 강 위원은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루지는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종목이고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시작하므로 주행에서 실수가 거의 없어 100분의 1초 단위로 기록이 똑같은 경우가 많이 나온다”며 “1972년 삿포로 올림픽에서 공동 금메달이 나와서 76년 인스부르크 올림픽 때부터 1000분의 1초까지 계측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짧은 트랙을 돌며 거친 몸싸움과 날 들이밀기 등 필사적인 각축이 벌어지는 쇼트트랙도 미세하게 시간을 다투는 종목이다. 현장 전광판에는 100분의 1초까지 찍히지만 최종 기록을 확정할 때에는 1000분의 1초까지 따진다.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이 지난 13일 500m 준결승에서 아리아나 폰타나를 바깥돌기로 추월하며 기록한 올림픽기록은 42초422였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공식 계측 단위는 100분의 1초까지다. 단, 기록이 똑같이 나왔을 때만 1000분의 1초 단위로 정밀 계측해 순위를 가린다. 지난 11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경기에서 테드 얀 블로멘(캐나다)과 스베르 룬드 페데르센(노르웨이)이 6분11초61을 찍으며 동시에 들어왔지만 정밀 계측 결과 블로멘이 0.002초 빠른 것으로 확인돼 블로멘이 은메달, 페데르센이 동메달을 가져갔다. 두 선수의 5000m 주파 시간은 ‘예외적으로’ 1000분의 1초 단위로 기록됐다.
가파른 슬로프를 시속 100㎞ 이상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려오는 알파인스키는 의외로 100분의 1초까지만 기록을 잰다. 같은 시간으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해도 1000분의 1초 단위까지 따지며 승부를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4년 전 소치 올림픽 활강 여자 경기에서 1분45초57, 똑같은 기록으로 들어온 티나 마제(슬로베니아)와 도미니크 카잔(스위스)은 1분45초57로 공동 1위에 올랐다. 겨울올림픽 알파인스키 사상 첫 공동 금메달이었다.
스키를 신고 10~50㎞를 달려야 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10분의 1초까지만 잰다. 겨울스포츠 중 시간 계측 규정이 가장 관대하다. 지난 15일 크로스컨트리 여자 10km 프리에서 마리 블로젠(노르웨이)과 크리스타 파마코스키(핀란드)는 25분32초4의 기록으로 공동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메달 5세트를 여분으로 준비해뒀기 때문에 선수들이 공동으로 메달을 받는 데는 문제가 없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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