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밤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한국의 박지우, 김보름이 레이스를 이끄는 가운데 노선영이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의 여파가 빙상계 ‘파벌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21일 밤 7~8위전에서 선수 변화 없이 경기에 나서 3분07초30으로 3분03초11을 기록한 폴란드에 크게 뒤지며 8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선수들은 앞서 논란이 된 19일 밤 네덜란드와의 준준결승 당시 모습을 의식한 듯 기록보다는 레이스 도중 앞 선수를 밀어주고 3명이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하는 등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논란을 불식할 수는 없었다. 19일 경기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선 ‘왕따 의혹’이 불거졌고, 백철기 감독의 해명 기자회견 이후엔 사태가 봉합되긴커녕 ‘진실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백 감독은 “노선영이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맨 뒤로 빠져 버텨보겠다고 자청해 응낙했다”고 설명했으나 노선영은 기자회견 뒤 <에스비에스>(SBS)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빙상계에서는 고질적인 파벌 문제가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4년마다 반복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4년 전에도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을 둘러싼 파벌 논란에 당시 대한빙상경기연맨 부회장이 빙상계를 떠나기도 했다. 이후 평창올림픽 개막을 1년여 앞두고 복귀했다. 한쪽에서는 현 집행부가 문제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연맹을 흔들려는 배후세력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서 팀워크 논란이 불거진 김보름 선수(왼쪽)와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도자들과 경기단체가 시대 변화에 뒤처진 채 여전히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은 패배가 아니라 패배를 대하는 선수와 코치진의 자세였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패배의 책임을 뒤처진 노선영에게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일상적 생존경쟁과 성과주의에 지친 팬들은 올림픽에서만큼은 설령 경기에 지더라도 서로 화합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원했다. 이튿날 백 감독의 기자회견도 왜 그런 무리한 작전을 짜게 됐는지 설명하는 등 결과에 대한 해명이었다.
결국 상처받은 것은 젊은 선수들이다. 국가대표 출신인 문준 <문화방송>(MBC) 해설위원은 “메달이 유력한 종목에 집중하게 되는 건 불가피하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끼리 감정이 쌓일 수도 있다”며 “다만 이런 부분이 잘 조율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고, 선수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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