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컬링 해설진이 최승돈 아나운서와 이재호 해설위원. KBS 화면 갈무리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평창올림픽에서 최대의 돌풍을 일으키면서 ‘영미’, ‘안경선배’만 인기를 얻은 게 아니다. ‘컬링 아재’ 이재호 <한국방송> 해설위원도 ‘팀킴’과 함께 떴다.
공중파 3사는 올림픽 때마다 막강 해설진을 영입하고 ‘시청률 전쟁’에 돌입한다. <에스비에스>가 이슬비 전 컬링 국가대표, <문화방송>이 장반석 국가대표 감독을 내세웠지만 이재호 해설위원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최대 무기는 ‘컬링노트’다. 그는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때마다 화면 오른쪽 하단에 컬링판을 띄우고 예상되는 작전과 스톤의 동선을 정확히 짚어낸다. “돗자리 하나 사달라”는 얘기가 허세로 들리지 않는다. 친절한 설명과 족집게 같은 예측을 듣고 있노라면 자칫 복잡해 보이는 컬링 규칙을 금세 깨치고 경기에 몰입하게 된다. 올림픽 초반엔 컬링노트 그래픽 윗 부분이 이 해설위원이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하는 단순한 모습으로 장식됐지만 이 해설위원이 인기를 얻게 되자 제작진은 그가 팔짱을 끼거나 노트를 펼치고 강의하는 모습 등의 다양한 버전을 추가했다.
해설 도중 툭툭 튀어나오는 그의 ‘아재개그’는 덤이다. 우리 선수들이 뿌린 스톤이 정확히 하우스 안에 들어가길 기원하며 “더더더더더더더더”를 외친 뒤 “제가 너무 음주측정 하듯이 했나요?”라고 되묻는 식이다. 파트너인 최승돈 아나운서는 “그런 경험이 많으십니까”라며 장단을 맞춘다. ”동계올림픽 종목 중에 유일하게 철을 쓰지 않는 종목이 컬링입니다”(이재호), “철이 없어요? 철 들지 않는 종목이군요”(최승돈) 등등 경기가 끝날 때마다 아재미를 내뿜는 그들의 만담은 어록으로 기록될 정도다. 우리 팀 위기 상황에서 이재호 해설위원은 최승돈 아나운서에게 “많이 긴장하셨어요? 손이 얼음장같이 차요”라고 말하는 브로맨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한국방송>은 그들을 ‘아재콤비’라고 이름짓고 인기몰이 중이다.
이재호 해설위원은 2007년 창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출신이다. ‘빙판 위의 체스’에서 정확하게 수를 읽는 그의 내공은 이런 이력에서 나온다. 현재 서울시청팀과 주니어대표팀 감독을 맡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이 예선 1위로 4강 진출을 확정지은 21일 이재호 해설위원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컬링 믹스더블과 남·녀 전 경기를 모두 중계한 데다 여자 대표팀의 선전으로 경기 도중 흥분하며 해설에 몰입한 탓에 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컬링 해설로 인기가 많아진 것 같다. 인기를 실감하나?
“밖에 아직 안 다녀서 잘 모르겠다. 지인들이 보내주는 글을 통해 조금은 알고 있다. 응원하는 글도 있고 재밌다는 글도 있다.”
-아재 콘셉트는 어떻게 탄생한 건가?
“처음에 콘셉트를 잡은 건 전혀 없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컬링노트는 누구 아이디어인가?
“피디님들이 아이디어를 줬고 같이 고민을 했다.”
-여자 팀의 선전을 예상했나?
“여자 팀은 충분히 4강에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남자는 4강까지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패해서 아쉽다.”
-준결승전 앞둔 여자 선수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잘해왔기 때문에 지금처럼만 하면 잘 될 거다. 다른 팀보다 경기력이 좋고 멘털도 좋다. 킵 고잉(keep going)하면 된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