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축전 문화가 달라졌다.
오랜 기간 국제대회에 출전한 한 경기인은 26일 “대통령이 선수들에게 보내는 축전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천편일률적이고 형식적이었다. 지금은 선수들도 진심어린 격려에 감동을 받는다. 지도자들도 체육회 관계자들도 뭉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림픽 기간 주요 입상자에게 축전을 보냈다. 그런데 과거처럼 ‘수고했다. 다음 경기에도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는 식과 다르다. 선수 이름만 바꿔서 보냈던 형식적인 축전에서는 감흥을 느끼기 어려웠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달랐다. “4차시기 결승전 통과하며 1위와 기록차가 ‘0.00’임이 찍혔을 때 소름 돋았습니다”(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 축전) “배추밭에서 눈썰매를 타던 이 선수로 인해 우리나라 설상스포츠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었습니다.”(이상호 스노보드 은메달 축전) “이제 동료들의 손을 잡고 맘껏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김보름의 매스스타트 은 축전) “정재원 선수의 손을 들어준 모습에서 맏형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이승훈 매스스타트 금 축전) “‘깜짝메달’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4년전 소치에서부터 와신상담의 결과입니다.”(김태윤 스피드스케이팅 1000m 동 축전) “준준결승에서 넘어져 아픈듯 어깨를 움켜잡을 때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힘차게 달렸습니다.”(임효준 쇼트트랙 500m 동 축전)….
현장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고, 거기에 맞도록 축전을 보내면서 선수들이 감동했다. 우리도 축전보면서 놀라움과 즐거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보통 저녁 경기가 있으면 대통령 축전은 다음날 아침 선수단 임원 등이 선수에게 전달을 한다. 관련 부처의 보고를 통해 선수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모은다. 김보름 선수의 선행이나 매스스타트에 출전한 정재원의 협력 주행까지도 직접 얘기한 것이 그렇다.
대통령의 축전에 웬만해서는 반응하지 않는 선수들도 달라졌다. 쇼트트랙 1500m 금, 500m 동메달을 따낸 임효준은 자신의 에스엔에스 계정에 “경기장에 찾아오고 격려해 주셔 감사하다”고 했고, 쇼트트랙 여자 1500m와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정도 “(대통령의 성원에) 국민들과 함께 가던 길 가겠다”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강릉/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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