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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는 법은, 스키보다 먼저 배웠다

등록 2018-03-06 04:59수정 2018-03-06 07:57

[평창 겨울패럴림픽 G-3] 크로스컨트리 ‘금빛 도전’ 신의현
한국 장애인 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이 5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올림픽파크 바이애슬론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훈련에서 힘차게 설원 위를 가르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한국 장애인 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이 5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올림픽파크 바이애슬론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훈련에서 힘차게 설원 위를 가르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두 눈을 떴다. 며칠이 지난 걸까. 주위에서 나흘 만이라고 했다. 사고의 악몽이 슬라이드 필름처럼 스쳐갔다. 그 순간, 무릎 아래가 허전했다. 두 다리가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한없이 무너졌고, 끝없이 추락했다. 그저 죽고만 싶었다.

12년 전 교통사고로 두 다리 절단
휠체어농구·아이스하키로 재기 뒤
2015년 노르딕스키 합류하며 두각
주종목 남자 좌식 5·15㎞는 물론
바이애슬론서도 월드컵 메달 따내

“평창만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나”
한국 패럴림픽 사상 첫 금 기대주로

12년 전인 2006년 2월 어느 날, 26살 꿈 많은 청년은 날벼락을 맞았다. 그날은 대학 졸업식 전날 밤이었다. 고향 충남 공주에서 트럭을 몰고 가다가 맞은편에서 오던 차와 정면충돌했다. 처참하게 구겨진 차 안에서 그는 피투성이가 됐고 두 다리는 으스러졌다. 7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두 다리를 내주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그가 받은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의 삶도 피폐해졌다. 날마다 부모님을 원망하며 술에 찌들어 살았다. 결혼하면 나아질까 싶어 부모님은 베트남 여성과 국제결혼을 진행했고, 2007년 베트남에서 아내 김희선씨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지만 그의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2009년 가을, 그의 삶이 다시 시작됐다. 친구한테서 권유받은 휠체어농구는 사고 후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희망이 생기자 용기와 꿈도 커졌다. 2012년엔 아이스슬레지하키, 2014년 핸드사이클 등으로 종목을 넓혔다. 이어 2015년 8월,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을 앞두고 창단된 노르딕스키팀에 합류한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스키 선수들의 경기 동영상을 찾아보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여러 운동으로 다져진 기초체력과 열정으로 무장했다.

스키를 시작한 지 불과 6개월여 만에 첫 국제무대에 나가 동메달 2개를 따냈다. 2016년 3월 핀란드에서 열린 장애인 노르딕스키 월드컵 무대였다. 자신감이 솟구쳤다. 2017년 1월에는 월드컵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우크라이나 리비프에서 열린 장애인 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서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좌식 5㎞와 15㎞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틀어 한국 최초의 노르딕스키 월드컵 금메달이었다.

신의현이 크로스컨트리 좌식 스키 경기를 펼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신의현이 크로스컨트리 좌식 스키 경기를 펼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한국 겨울패럴림픽 사상 최초의 금메달이 기대되는 신의현.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한국 겨울패럴림픽 사상 최초의 금메달이 기대되는 신의현.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평창겨울패럴럼픽을 딱 1년 앞두고 지난해 3월 평창에서 치른 ‘모의고사’도 성공적이었다.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7 세계장애인 노르딕스키 월드컵 크로스컨트리스키 15㎞ 좌식 부문에서 45분41초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내는 등 무려 3개의 메달(금 1개, 은 1개, 동 1개)을 목에 걸었다.

이번 시즌에도 꾸준하다. 지난해 12월 캐나다 앨버타주 캔모어에서 열린 2017 캔모어 세계 장애인 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서 주종목도 아닌 바이애슬론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신의현(38·창성건설)은 평창의 희망이다. 한국은 역대 겨울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이 없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알파인 좌식스키에서 한상민(39)과 2010년 밴쿠버 대회 휠체어컬링에서 각각 은메달을 따낸 게 전부다. 신의현은 이번 평창겨울패럴림픽에서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스키에서 모두 6개 세부종목 출전권을 땄다. 이 가운데 크로스컨트리스키 15㎞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최고의 라이벌은 2014 소치겨울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막심 야로비(28·우크라이나)다. 신의현은 야로비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신의현은 “힘들다가도 평창만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난다. 평창겨울패럴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내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신의현이 바이애슬론 경기에서 사격을 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신의현이 바이애슬론 경기에서 사격을 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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