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공격수인 정승환(가운데)이 지난 11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체코와의 예선 2차전에서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아~ 훌륭한 선수죠.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워낙 빨라 국제대회에서도 다른 팀들이 가장 마크를 많이 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광석 감독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현란한 양손 드리블 뒤 밸런스를 잡고 탁월한 득점력까지 보여줍니다.” ‘로켓맨’, ‘빙판 위의 메시’… 그의 걸출한 능력을 설명해주듯 별명도 화려하고 이채롭다.
주인공은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포워드 정승환(32·강원도청)이다. 그가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에서 단연 돋보이는 플레이로 최고 인기스타로 뜨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체코와의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서든데스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3-2 짜릿한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뒤 그는 “3피리어드 막판 (2-2) 동점골을 내준 어려운 상황에서 연장전 (13초 만에) 결승골을 넣어 기쁘다. 선수들이 서로 믿고 경기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도 꺾고 조 1위로 결승에 올라가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첫날 일본을 4-1로 누른 한국은 2연승을 올려 4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13일(낮 12시) 세계 2위 미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을 벌인다. 지더라도 조 2위로 4강에 오른다. 미국은 11일 일본(2패), 12일 체코(2패)를 잇따라 10-0으로 누른 강호. 한국으로선 부담스러운 상대다. 한국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미국에 0-8로 진 바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톱10에 드는 공격수로 인정받고 있는 정승환은 조별리그 2경기에서 한국이 넣은 7골 중 3골을 책임졌다. 체코전 승리 뒤 정승환은 “체코 골리의 몸집이 커서 빈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골리가 바닥을 내주지 않는 스타일이라 타이밍을 뺏는 방법으로 공략하려고 한 게 잘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보통 80~100㎏ 나가는 거구들인 데 비해, 정승환은 1m67, 53㎏의 다소 왜소한 몸집이다. 그러나 그는 작은 키를 무기 삼아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며 세계적 공격수로 성장했다. 상대의 거친 보디체킹을 피하기 위해선 빨리 달려야만 했고, 그는 10m 안팎의 짧은 거리를 순간 돌파하는 훈련을 거듭해 자신의 주무기로 만들었다. 그의 엄청난 스피드에 반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기슬렌 브리즈 기술위원장이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투지도 대단해 손가락이 두 번이나 부러졌고, 몸 여기저기 긁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아이스하키 선수’로 2014 소치겨울패럴림픽을 빛낸 20인의 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7위를 차지했다.
정승환은 5살 때 집 근처 공사장에서 놀다가 무너진 구조물에 다쳐 한쪽 다리를 잃었다. 의족을 찼으나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축구와 농구 등을 했다. 2004년 대학 재학 때 그의 인생이 바뀐다. 아는 사람을 따라 경기도 성남 탄천빙상장에 갔다가 장애인 아이스하키를 처음 보게 됐고,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주말마다 강습회에 참여했고, 썰매, 스틱, 퍽과 씨름하며 땀을 흘렸다. 2년 뒤 그의 가슴에 태극마크가 새겨졌다. 2009년 체코, 2012년 노르웨이 세계선수권에서 두차례나 ‘베스트 포워드’로 선정됐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권(2010 밴쿠버겨울패럴림픽)을 따낸 주역이기도 했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6골 3도움주기로 최우수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성화 주자에 이어 2018 평창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홍보대사로 활약 중이다.
강릉/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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