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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0-7…질지언정, 넘어지진 않았다

등록 2018-03-15 17:12수정 2018-03-15 21:56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아이스하키
한국 4강전에서 캐나다에 0-7 패배
17일 동메달 결정전에서 메달 노려
이주승, 이재웅, 최시우 등
1990년대생 ‘젊은피 3인방’ 숨은 힘
강원도청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15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캐나다와의 4강전을 마친 뒤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강원도청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15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캐나다와의 4강전을 마친 뒤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가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에서 세계 최강 캐나다에 막혀 결승 진출 꿈을 접었다. 서광석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5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대회 4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캐나다에 0-7(0:4/0:1/0:2)로 졌다. 그러나 한국은 겨울패럴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올랐고, 17일(낮 12시) 동메달 결정전에서 메달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번 쾌거에는 1990년대생인 ‘젊은 피’ 3인방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1990년생 이주승과 1996년생 동갑내기 이재웅과 최시우다. 대표팀은 모두 강원도청 소속이다. ‘제2의 정승환’이라 불리는 이주승(28)은 지난 11일 3-2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던 체코와의 예선 B조 2차전에서 자신의 패럴림픽 첫골을 터뜨렸다. 그는 선천성 척수염을 안고 태어났다. 뛰어난 체력을 겸비해 휠체어럭비, 휠체어육상 선수로 전국체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2013년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발탁돼 2014 소치겨울패럴림픽도 다녀왔다. 이 모든 것이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골리’ 이재웅(22)은 지난 13일 미국과의 B조 최종 3차전에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1피리어드 중간에 주전 골리 유만균(44) 대신 투입돼 2피리어드에서 7개의 상대 슈팅을 모두 막았고 3피리어드에선 2골을 내주고 4개를 막는 등 ‘선방쇼’를 펼쳤다. 캐나다와의 4강전에서 그는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뛰었다. 7점을 내주긴 했지만 2피리어드에서 유효슈팅 6개를 1실점으로 막아내는 등 선방했다.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재웅은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로 뛰어 영광이고 잘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경기가 끝난 후 유만균 선배가 ‘수고했다’며 처음으로 안아줬는데 울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재웅은 선천성 뇌병변 장애로 다리가 불편하다. 제자리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상체 힘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원반과 포환을 던지면서 육상선수로 활약했다. 2017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모두 금메달을 따낸 2관왕이기도 하다. 그러나 달리고 싶은 욕망을 버릴 수 없어서 2014년부터 아이스하키에도 도전했고 여름에는 육상선수, 겨울에는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하는 무서운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했다.

대표팀의 당돌한 막내 최시우(22)는 팀의 최고참인 김대중보다 26살이나 어리다. 최시우의 어머니와 김대중이 동갑이기에 두 사람은 ‘아빠와 아들’로 불리기도 하지만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최시우는 이종격투기와 검도를 즐기던 건장한 소년이었으나 18살 때인 2014년 아파트 3층에서 추락했다. 결국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자신감이 철철 넘치던 그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사고로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워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지옥 같은 1년을 보냈다. 그러다 김정호 코치의 권유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게 됐다. 최시우는 빙판에 선 첫날, 스스로가 살아 있음을 강렬하게 느꼈다고 했다. 특히 이종격투기로 다져진 단단한 근육과 검도를 통해 기른 강한 손목은 아이스하키에 안성맞춤이다.

강릉/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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