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성원보고를 한 뒤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체육회의 새 선수촌장과 사무총장 임명이 또 연기됐다.
대한체육회는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2년 임기의 충북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장과 사무총장을 새로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체육계 미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자 부담을 느낀 듯 다시 발표를 미뤘다. 체육회는 지난 15일 올해 첫 이사회에서도 예고했던 사무총장과 선수촌장 인선 발표를 미루고 이기흥 회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으로 대체했다.
이미 일부 언론을 통해 차기 선수촌장과 사무총장 내정자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기흥 회장은 최근 사퇴 여론 등을 의식해 마지막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사무총장과 선수촌장은 임기 만료를 이유로 이달 초부터 사실상 업무에서 떠난 상태로, 최근 새로 임명된 박철근 체육회 사무부총장과 정성숙 선수촌 부촌장이 각각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사회 뒤 “절차는 거의 마무리됐지만 마지막 조율할 부분이 남았다.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사퇴 여론에 대해서는 “지금은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대한체육회 노동조합과 경기단체연합 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한 체육인들은 이사회가 열린 올림픽파크텔 앞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체육계 쇄신책 발표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체육계 성(폭력) 사태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으며 체육계 일원으로 무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정부가 발표한 체육계 쇄신대책은 현장의 이해에 기반을 둔 진정한 쇄신책이라기보다 자기반성 없는 탁상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기흥 회장은 체육계 분리 방안에 대해 “체육인들의 의견을 모아봐야 하지만 조직이 이원화되는 건 걱정스럽다”며 “이사회에서 조직 분리와 소년체전 폐지 등에 대해 조급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지난 25일 “한국 스포츠가 국위선양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올림픽을 주관하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국내 스포츠를 총괄하는 대한체육회(KSOC)의 분리 방안을 비롯해 합숙훈련 축소 및 폐지, 국제대회 성적 우수 선수의 연금·병역 특례제도 개선 등의 쇄신안을 내놓았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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