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의 아내 바네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2014년 코비 브라이언트의 실제 모습. 바네사 인스타그램 갈무리
‘숨을 못 쉬겠어.(I can’t breathe)’
1월 헬리콥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42)가 사진 속에서 ‘숨을 못 쉬겠어’라고 적힌 검은색 상의를 입고 있다. 사진을 찍은 때는 6년 전인 2014년. 당시 흑인 에릭 가너는 경찰에게 목이 졸려 사망했다. 그는 죽기 전 30초간 11번이나 이 말을 반복했다.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에 코비가 메시지로 저항한 것이다.
비극은 6년 만에 반복됐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그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코비의 아내 바네사가 2일(한국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편의 사진을 올린 이유다. 그는 “남편이 이 셔츠를 입은 건 몇 년 전이다. 우리는 다시 같은 상황을 보고 있다. 증오를 몰아내고, 가정과 학교에서 존중과 사랑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적었다.
타이거 우즈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해 올린 글. 타이거 우즈 트위터 갈무리
플로이드의 사망 소식에 전 세계 스포츠 스타들이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플로이드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상처받은 모든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경찰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충격적인 이번 비극은 분명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마이클 조던(57)은 “매우 슬프고 진심으로 고통스러우며,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3)는 플로이드의 장례식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이미 플로이드의 유가족에게 연락을 취했고, 유가족이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선수들이 홈구장 안필드 중앙에서 ‘무릎 꿇기’로 인종차별 반대에 뜻을 표하고 있다. 판데이크 인스타그램 갈무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선수단은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짓눌렀던 경찰의 행동에 ‘무릎 꿇기’로 맞섰다. 이들은 훈련 중 홈구장 안필드 중앙선 부근에 둥글게 자리 잡은 뒤 무릎을 꿇는 포즈를 취하며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에 합류했다. 리버풀 수비수 피르힐 판데이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함께하면 우리는 더 강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폴 포그바는 “인종차별은 무지, 사랑은 지성”이라고 지적했고, 팀 동료 마커스 래시포드도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 우리는 중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비드 베컴은 “이번 일로 분노한 이들과 연대하겠다”고 지지를 표했다.
도르트문트의 제이든 산초가 1일 분데스리가 파더보른 원정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플로이드에게 정의를’이라고 쓰인 속옷을 보이고 있다. 파더보른/AP 연합뉴스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공격수 마르쿠스 튀랑(23)이 지난 31일 분데스리가 우니온 베를린과의 홈 경기에서 득점 뒤 ‘무릎 꿇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묀헨글라트바흐/AP 연합뉴스
스포츠 경기장과 코트에서는 정치적 메시지를 알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플로이드 추모 세리머니가 이어져 독일축구연맹이 징계 검토에 나서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상식에 기초해 판단해주길 바란다”며 이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냈다. 피파는 경기장 내에서의 모든 정치적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