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레이스를 마친 뒤, 그들은 포기 대신 4년 뒤를 바라봤다.
한국 선수단에 2개의 메달을 안겼던 두 선수가 이번 대회 마지막 레이스를 마쳤다. 주 종목이 아님에도 최선을 다한 두 선수는,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빙속 괴물’ 김민석(23·성남시청)은 18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1분10초08로 24위(총 30명)에 올랐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세웠던 개인 최고성적 1분08초925(7위)보다 1초 이상 느린 기록이다. 인코스로 뛰다가 아웃코스로 코스 변환을 할 때 상대 선수와 충돌을 피하려다가 다소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김민석은 이날 경기 뒤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좀 아쉽다”면서 “(이번 대회는) 앞으로 선수생활 발판이 될 것 같다. 이제 스물넷인데, 최소 10년 이상 앞으로 4번은 더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김민석은 이번 대회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기며 ‘물꼬’를 튼 주인공이다. 주력 종목인 쇼트트랙이 빙질과 판정 문제로 어려움에 부닥쳐있던 시기에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김민석은 “저의 메달이 다른 선수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고 전해 한국 선수단에 용기를 줬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1500m 동메달리스트인 김민석은 사실 1000m에는 처음 출전했다. 1500m 경주 때 초반 300m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시작한 종목이었다. 김민석은 올림픽 두 대회 연속 동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로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다.
‘불굴의 사나이’ 차민규(29·의정부시청)는 김민석에 이어 출전해 1분09초69를 기록하며 18위에 올랐다. 역시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최고 성적인 1분07초322(7위)를 넘진 못했다. 평창겨울올림픽에서 기록한 12위보다도 낮은 순위다.
차민규는 지난 12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34초39를 기록하며 올림픽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을 달성했다. 국내 선수가 500m 스프린트에서 연속 메달을 딴 건 차민규가 처음이다. 차민규 역시 1000m는 주 종목이 아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차민규는 골반 부상으로 고통을 겪었다.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차민규가 시상대에 설 거라고 기대하는 이는 적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끝내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날 1000m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차민규는 이날 경기를 마치고 “좋은 결과를 바랐었는데, 좋은 기록이 안 나와서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라며 “이제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평창 때 ‘깜짝’ 은메달 평가가 서운했다고 밝혔던 그는 “결과가 없었다면 그런 인식을 바꾸는 게 불가능 했을 텐데, 결과(두 대회 연속 은메달)가 나온 덕에 깜짝이 아닌 노력이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기뻤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한국 빙속은 19일 남녀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마지막 메달 도전에 나선다. 남자부는 정재원(의정부시청)과 이승훈(IHQ)이 출전한다. 여자부는 김보름과 박지우(이상 강원도청)가 스케이트 화를 바짝 조이고 있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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