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국 항저우시 아시안게임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열린 북한 선수단 입촌식 행사에서 안창옥(왼쪽 세번째) 등 체조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흰색 재킷, 파란색 바지와 스커트를 맞춰 입은 모습은 5년 전 아시안게임 대회를 연상시켰다. 선수들의 얼굴색도 환했다.
22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열린 북한 선수단의 입촌식 풍경에서 돋보인 것은 25명 안팎 선수단의 옷차림새와 신세대 여자 선수들의 밝은 표정이다.
이날 브루나이, 캄보디아, 팔레스타인, 대만, 타이와 함께 입촌식을 한 북한 선수단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와 비슷한 복장을 했다. 당시 남북한의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남쪽 또한 한반도기의 색깔로 단복을 함께 맞춰 입은 바 있다. 지금은 정치적 대치 국면이 깊어지면서 선수촌 안에서도 남북 선수들이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날 입촌식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도 언론과의 접촉을 꺼렸다.
하지만 올해 20살인 여자체조의 안창옥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 한때 정점을 향해 치달았던 남북 스포츠 교류가 너무 식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남과 북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 공동 입장을 한 이래,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남북 공동응원단을 조직했고, 2004 아테네올림픽과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도 공동으로 입장해 우의를 다지면서 군사적 대치 상황을 완화하는 첨병 역할을 했다. 이후 정권에 따라 경색 국면이 펼쳐졌지만, 2018 평창겨울올림픽과 이어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일부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할 정도로 교류의 폭과 깊이를 넓혔다. 이후 5년 만에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만나게 됐는데, 이번엔 적이 됐다.
북한은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를 받았고, 올해 제재가 풀리면서 아시안게임에 나오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5년 전 300명 이상의 선수단을 파견한 것과 달리 전통의 강세 종목 중심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역도, 사격, 레슬링, 유도, 여자축구 등 종목의 185명의 선수는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2024 파리올림픽을 향한 각종 예선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입촌식에서 대회 주최 쪽과 선물 교환 등 공식 행사가 끝난 뒤 무대에서 결의를 다지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에 마음이 더 편한 것 같기도 하다. 한국 취재진은 북한 선수단의 구호를 “으아”로 해석했는데, 북한 스포츠가 이번 대회를 통해 옛 영광을 찾고 더 큰 국제무대에서도 힘차게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