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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작은 지유찬, 금 낚아챈 비결…‘인간 용수철’ 별명에 있다

등록 2023-09-26 15:20수정 2023-09-27 02:36

지유찬, 은·동 딴 선수보다 10㎝ 이상 작은 176㎝
불리한 신체 특성 극복하고 중국 금메달 행렬 제동
지유찬이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아쿠아틱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지유찬이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아쿠아틱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마천루가 즐비한 항저우 핵심 지역에 있는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아쿠아틱 아레나는 중국 선수들에겐 안방 중의 안방이다. 중국 내 최고 인기 종목인 수영이 열리는 만큼, 얼굴에 오성홍기를 그리고 “짜요!”(힘내라)를 외치는 중국 관중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런데 대륙의 자부심이 집약된 이곳에 혜성처럼 나타나 태극기를 꽂은 선수가 있다. 자유형 남자 5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수영 국가대표 지유찬(21·대구시청)이다.

9살 때 수영을 시작한 지유찬은 전남중-광주체고를 나왔다. 2014년 대한체육회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등 두각을 보였지만, 간혹 지역신문에 다른 광주 지역 선수들과 함께 이름이 소개될 뿐 큰 주목을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신체조건이 좋은 편도 아니다. 지유찬의 키는 176㎝. 실제 50m 결선에서 함께 시상대에 오른 홍콩 호이안옌터우(은메달·188㎝), 중국 판잔러(동메달·189㎝)와 비교하면 신장이 10㎝ 이상 차이 난다.

지유찬(가운데)이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아쿠아틱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 시상식에서 홍콩 호이안옌터우(왼쪽), 중국 판잔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지유찬(가운데)이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아쿠아틱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 시상식에서 홍콩 호이안옌터우(왼쪽), 중국 판잔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신체적 불리함을 지유찬은 자신의 강점으로 키웠다. 애초 400m 등 중장거리 선수였던 고등학교 1학년 때 단거리 선수로 진로를 바꿨다. 키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만큼, 파워에 중점을 뒀다. 특히 상대적으로 작은 키에서 나오는 강한 탄력성을 바탕으로 빠른 출발을 장착했다. 파워가 강하니 단거리에서 폭발적인 속력도 낼 수 있었다. 여기에 무호흡 영법을 익혀 50m에 최적화한 선수로 재탄생했다. 힘을 집약한 뒤 폭발적으로 튀어 오르는 ‘인간 용수철’이다.

경기 스타일처럼 지유찬은 항저우에서도 높이 튀어 올랐다. 수영 첫날 중국이 7개 종목 금메달을 석권하는 모습을 보며 “내심 속으로 제가 그걸 끊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25일 열린 남자 자유형 50m 결선에서 자신이 오전에 썼던 아시안게임 기록을 새로 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21초72. 오성홍기를 들고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던 중국 안방 관중은 일제히 침묵했다. 첫날에 이어 9개째 이어지던 중국의 금메달 행진에 처음으로 제동을 거는 순간이었다.

지유찬의 금메달은 한국 수영 전체 사기도 높였다. 지유찬은 경기 뒤 “제가 좋은 스타트를 끊었으니 형들이 출전하는 계영까지 금메달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세를 이어받은 한국 계영 대표팀은 남자 계영 800m(4 × 200m) 결선에서 7분1초73을 기록해 아시아 신기록을 쓰며 판잔러 등 에이스가 총출동한 중국(7분3초40)을 꺾고 한국에 남자 계영 800m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지유찬이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아쿠아틱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 결선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AFP 연합뉴스
지유찬이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아쿠아틱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 결선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AFP 연합뉴스

‘황금 세대’ 일원임을 증명한 지유찬의 등장은 1년 뒤로 다가온 파리올림픽에 대한 기대감도 키운다. 지유찬이 이번에 작성한 21초72는 아시아 기록(21초67)에 거의 근접해 있다. 도쿄올림픽을 기준으로 볼 때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02년 부산 대회 김민석(당시 공동 1위) 이후 한국에 두 번째 자유형 50m 금메달을 안긴 그가 1년 뒤 파리에서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하는 이유다.

지유찬은 “(이번 대회가) 수영을 더 열심히 하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동기가 된 것 같다”라며 “기록에 너무 만족하지 않고, 더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유찬의 역영은 이제 스타트를 끊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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