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라(왼쪽)와 한국 여자 펜싱 대표팀이 27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에페 단체 4강 중국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여자 에페가 갖은 고난 끝에 중국을 넘었다.
강영미(광주광역시 서구청), 송세라(부산시청), 이혜인(강원도청), 최인정(계룡시청)이 팀을 이룬 한국 여자 펜싱 대표팀은 27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에페 단체전 중국과 준결승에서 30-27로 승리하며 3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대표팀은 경기 초반 중국에 강한 압박을 당했다. 첫 주자로 나선 강영미가 3-5로 밀렸고,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송세라마저 1-3으로 뒤지며 4-8까지 끌려갔다. 이혜인이 3라운드에서 3-3 동점을 냈지만, 여전히 점수는 7-11로 뒤졌다.
이때 다시 칼을 잡은 강영미가 반격에 나섰다. 4라운드에 출격한 강영미는 중국 탕쥔야오를 상대로 4연속 득점을 내는 등 폭발적인 활약을 펼치며 5-1로 라운드를 따냈다. 점수는 12-12. 중국 관중은 술렁였고, 경기장에는 “짜요!”(힘내라)를 외치는 함성이 가득 찼다.
함성을 잠재운 건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최인정이었다. 5라운드에 출격한 최인정은 4-2로 라운드를 가져왔고, 한국은 16-14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이후 송세라, 최인정가 차례로 나와 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도 거셌다. 중국은 8라운드에 강영미를 상대로 23-22까지 따라오며 한국을 압박했다.
그때 에이스 송세라가 다시 나섰다. 2라운드 때 다소 부진했던 송세라는 중국 쑨위엔을 상대로 노련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마음이 급한 상대를 끌어들여 점수를 내는 식이었다.
한국 여자 펜싱 대표팀이 27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 진출에 성공한 뒤 믹스트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서로의 허리를 꼭 맞잡은 선수들은 “저희는 항상 이렇게 다닌다. 저희 시그니처”라며 팀워크를 과시했다. 왼쪽부터 최인정, 이혜인, 강영미, 송세라. 항저우/이준희 기자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심판 판정이었다. 송세라가 냈던 점수가 취소되는가 하면, 쑨위엔이 송세라를 찌른 시간이 언제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며 4초까지 떨어졌던 남은 시간이 6초로 올라왔다. 송세라는 “4초대가 남은 상황에서 리모컨을 누르는 도우미가 시간을 늦게 누르기도 했다”라며 “저는 시간이 빨리 가면 유리한데, 중국 선수에게 약간 그런 게(유리하게 작용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실제 이날 경기는 막판 심판 판정으로 경기가 계속 끊기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24-24 동점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송세라는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 깔끔한 공격으로 끝내 30-27 승리를 가져왔다. 송세라는 “심판 결정에 따르자고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찌를지를 생각하며 경기를 뛰었다”라며 “많이 흔들렸는데, 주변에서 계속 ‘괜찮아, 멘탈 잡아’라고 해줘서 그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집중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앞서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모두 중국에 져 단체전 은메달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설욕에 성공했고, 이날 저녁 8시5분(한국시각) 홍콩과 금메달을 다툰다. 홍콩은 4강에서 일본을 45-26으로 대파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한편 이날 이광현(화성시청), 임철우(성북구청), 하태규(대전도시공사), 허준(광주시청)으로 구성된 남자 플뢰레 대표팀도 4강에서 강호 홍콩을 45-37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플뢰레 대표팀은 결승에서 중국과 맞붙는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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