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오락실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5 종목에서 우승한 김관우(맨 왼쪽)가 29일 중국 항저우 그랜드 뉴센추리 호텔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선수단 기자회견 도중 울먹이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치기 어려운, 어설픈 문자로 ‘아들 너무 좋다’는 문자가 와서 기쁘구요.”
그리고 그는 다시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라는 말을 할 때 가슴 깊숙한 곳에 올라온 복받치는 감정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학창 시절 동네 오락실에서 44살 성년이 된 지금까지 한 시도 놓지 않았던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 어머니의 눈에는 걱정스럽게 비쳤을지 모르지만, 오락하던 아들은 이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외곬의 한길’을 판 사나이의 가슴에 어머니가 사무칠 수밖에 없다.
29일 중국 항저우 그랜드 뉴센추리 호텔 대한체육회 스포츠외교라운지 4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이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 부문에서 우승한 김관우(44) 선수는 어머니를 얘기하면서 울컥한 감정에 빠져 말을 잇지 못했다.
김관우가 29일 열린 선수단 기자회견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어제 금메달 딴 뒤 어른들의 축하 메시지가 있었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다. 김관우는 “아직 저희 엄마밖에는 없구요. 저희 어머니도 이런 걸 아직 잘 모르십니다. 잘 찾아보기 힘드신 연세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다른 분이 연락을 해주셨대요”라고 했다.
이어 “어머니 아시는 분이 ‘아들 금메달 땄는가’ 그런 식으로 연락을 했는가 봐요. 그래서 약간 어설픈, 치기 어려운 것처럼 어설픈 문자로 ‘아들 너무 좋다’는 문자가 와서 너무 기쁘구요”까지가 마지막이었다.
김관우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터트린 뒤, 취재진 등 참가자들의 박수가 나온 뒤에도 한참을 속으로 삭여야 했다. 그리고 간신히 “오랫동안 연락을 못 했던 친척분들도 축하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라고 말한 뒤 또 울먹였다.
항저우아시안게임 한국 최고령 금메달리스트 김관우(왼쪽에서 둘째)가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자랑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펜싱의 구본길 등 스타 선수들이 다수 참가했다. 구본길은 “나도 격투 게임, 특히 ‘철권’을 잘한다. 요즘도 한다. 철권이 아시안게임에서 열렸다면 김관우 선수 대신 제가 이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라고 해 웃음을 끌어냈다.
김관우는 전날 열린 이번 대회 첫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이스포츠의 스트리트 파이터 결승에서 대만의 샹여우린을 세트 점수 4-3으로 물리치며 한국 이스포츠 사상 첫 종합대회 챔피언이 됐다.
그는 우승 뒤 국내 미디어 인터뷰에서 “어릴 적 담임 선생님한테, 부모님께 혼나면서도 오락실을 드나들며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인이 돼서도 게임을 그만두지 않았고, 지금은 직장도 포기하고 전업 프로 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다.
김관우는 “저 어렸을 때 오락실은 절대 금기였다. 학교에서 끌려가서 선생님께 혼나고, 부모님도 엄청나게 싫어하셨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결국 부모님은 “너 하고 싶은 거 하라”며 포기했고, 세월은 흐르고 시대는 바뀌어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하루 10시간까지 맹훈련하며 기량을 갈고닦았다는 그는 이번 대회 한국팀의 최고령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항저우/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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